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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Feb 26. 2020

미세 먼지벌레와 폐렴 도깨비

대환장파티-코로나19

“떠꼬기 할머니! 마스크를 잘 써야 폐렴 도깨비 눈에 안 보여요.”

오늘도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온 동네를 다니며 참견을 한다. 어제는 집 앞 노점 떡볶이 할머니께 고용량 비타민씨를 드렸고, 오늘은 마스크 챙겨 쓰시라고 참 견질이다. 밖에서 음식 사 먹는 것도 겁이 나서 어묵 한 꼬치 사 먹지 않은지 오래라, 민망함은 역시나 엄마 몫이다.

오늘은 아이가 딸기를 찾았다.
그래서 마스크 쓰고 딸기를 사러 마트에 갔다.
아무도 말을 섞지 않는 어색한 엘리베이터에서 아주머니 몇 분이 운을 떼셨다.
“그래도 착하네. 마스크 쓰고 있으란다고 잘 쓰고 있고.”
엄마라는 사람이 “아 네..”라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 사이, 아이가 말을 이었다.

“마스크를 잘 써야 미세 먼지벌레랑 폐렴 도깨비가-”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땡-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 언제부턴가 미세 먼지벌레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정을 보니 주기적으로 원을 찾아와 미세먼지 대응 교육으로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을 강의하는 것 같았다. 국내에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한동안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마스크를 씌워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 계속 쓰고 다니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좀 하고 다니다가 벗어버리니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야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했다지만, 코로나 19는 이슈가 달랐다.

“폐렴 도깨비가 와서 사람들을 잡아먹으려고 돌아다니는데,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으면 마법의 가루가 뿌려져서 폐렴 도깨비 눈에 안 보인대. 그래도 폐렴 도깨비 눈에 보이면 큰일 나서 밖에 돌아다니는 걸 조심해야 해.”

도깨비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지만, 그래도 한동안 도깨비 덕을 좀 봤다.
놀고 있어도 심심하고,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우리 집 만 4살 어린이는 오늘도 미세먼지와 폐렴 도깨비가 나타나는 판타지 속에 산다.

어제는 동네에 경찰차가 가득했다.
코로나 19와 함께 핫이슈로 떠오른 그 종교단체의 본거지를 방역하고 신도 명단을 확보하는 작업이 있었다고 했다.
아이는 어제의 그 장면을...
경찰 아저씨들이 폐렴 도깨비를 잡으러 온 것이라고 이해를 했다.

“엄마! 이제 폐렴 도깨비랑 미세 먼지벌레랑 없지? 어제 어어 겅찰아저씨들이 어어 잡아갔잖아.”

어?
어.. 어 그 사람들이 도깨비는 아닌데, 곧 폐렴 도깨비가 잡힐 거야. 폐렴 도깨비 잡으려고 그런 거야.

“왜에?”

끊임없이 물어보는 아이에게 설명을 하다가 그냥 제풀에 나가떨어졌다.

“근데 아직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이랑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에 도깨비가 숨어있으니까 우리 해찰하지 말고 서둘러서 집에 가자. 알겠지?”

결국엔 또 도깨비 핑계로 상황을 모면했다.


유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늦춰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입학할 어린이집에서도 일정을 연기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냥 눈물이 났다... 그래 휴교령 아닌 게 어딘가.

하지만 나는 이미, 가정보육 두 달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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