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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14. 2019

마지막 마지막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목욕탕에 가서 세신을 받는 걸로 입원 준비가 마무리될 줄 알았다.
5만 원을 주고 전신 마사지인지 세신인지를 받았다. 세신인데 이것은 경락 마사지인지 무엇인지.
노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딸아이를 하원 시켰다.
딸은 젤리라던가 쵸코라던가 주스라던가 라는 것을 사 달라고 했다. 마침 내일 아이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가기도 하고, 집에 있을 두 아들딸(남편과 딸)이 먹고 살 소고기 뭇국을 끓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아이 손을 잡고 동네 마트를 갔다.
고기와 무 반 덩어리 그리고 쵸코 송이.

아이를 씻기고 국을 끓이고 입원 가방을 마감해놓고 나니, 아이 아빠에게 <참고사항>을 쓰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비상연락망과 남편이 할 일들. 알아야 할 것들.
만약 아이 하원 시간을 못 지킬 것 같으면 동네에 사는 내 친구 누구에게 연락하라고.
아이 칫솔은 어디에 있노라고.

서랍 어느칸에 아이 옷과 속옷이 있다고.
어린이집 가방에 방수 팬티랑 여벌 옷이 유지되야한다고.
그리고.. 빨래 건조기 사용법.
그리고.. 면회 사절.

사실 면회사절이 제일 위에 쓰여 있다.
그 남자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으러 갈 때도 나는 똑같은 요구를 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서야 연락드릴 것.
입원과 동시에 알려서 나를 양가 어른들에게 시달리게 하지 말 것.
힘들어 죽겠는데 추레한 모습으로 손님맞이하고 억지로 웃는 감정노동할 생각 없으니 면회는 받지 않을 것임.

이번엔, 나에게 육체적이나 정신적 혹은 물질적으로 도움될 면회 아니면 하지 않겠음이라고 쓰려다 딱 네 글자만 적었다.
면회사절.
솔직히 지금 당장은.. 그냥..
주사를 놓건 무엇을 하건 세상모르고 그냥 아주 오래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고 그냥 피곤하거든..
생각해보니 오늘은 떡라면 한 그릇 사 먹은 게 전부였다.

아!
지갑도 작고 간단한 것으로 바꿔야지!

대체 준비의 마지막은 언제이고 무엇일까.


준비사항을 꼭 종이에 써 놔야 하는 이유는,
내가 키우는 어머니의 큰아들이 3주 내내 야근을 하고 오늘은 회식 중이라.. 말로 전달할 시간이 없네?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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