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엄마가 사람을 구했어. 아기도 아프고 너도 항암 해야 하고. 그 녀석 바로 어린이집에 떼놓으면 큰 일 날 것 같아. 그러니 사람을 쓰자.”
주말 내내 36개월 언니를 데리고 응급실 투어를 했다. 투어라고 해봐야 다니던 3차 병원과 내가 다니는 3차 병원이 전부지만, 금토일 밤마다 응급실로 내달리고 밤새 아이의 열을 체크하며 휴일을 보내고 나니 심신이 너덜너덜해졌다.
마지막으로 간 응급실에서 제대로 약을 줘서인지 밤새 끙끙 앓고 드디어 열이 잡혔다.
열은 잡혔지만 치료가 늦어서 기관지 폐렴으로 일이 커져버렸다. 이 상황을 피하려고 그렇게 응급실로 내달렸는데..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온몸을 휘청거리며 기침하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월요일.
오늘은 산부인과 외래가 있는 날이었다.
난소 초음파도 보고, 난소를 코야코야 재우는 루프린도 맞아야 하고, 병원 의료기상에서 물건을 사다 아빠 병실에 가져다 드려야 하는 심부름까지 있는 그 야마로 병원 병원의 날.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었지만 항암을 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며 엄마 껌딱지 작렬인 아이에게 엄마 치료받는 병원 구경 가자고 꼬시니, 엄마의 모든 게 궁금한 언니가 덥석 물었다.
아픈 언니를 유모차에 태우고 병원을 돌아다니며 마스크 벗지 말라는 말을 수천번도 더 한 것 같다.
초음파 화면에서 오징어랑 해파리도 찾고, 진료실 구경하고, 엄마가 배에 주사 맞는 것도 보고...
나름 구경 잘 한 따님은 하부지 병원으로 가는 내내 이렇게 종알거렸다.
“엄마 배 확! 주사 맞았지~ 주사 맞았어. 배에 퐉!”...
집에 돌아와 신랑이 퇴근해 올 때까지 아이를 끌어안고 마냥 울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내 아이가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 절대 흙수저 사위는 보지 않겠다고.
좀 덜 정직하고 덜 성실해도 내 딸이 아프고 힘들 때 만사 제쳐두고 옆에 있어줄 사람을 만나게 할 거라고.
아이 생일이라고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용돈 얼마가 떠오르며 더 화가 났다. 며느리랑 손녀가 죽게 생겼는데 그깟 용돈이 무슨 소용이냐고.
이럴 바엔 치료를 포기할까 보다고....
멘탈이 탈탈 털린 암환자 딸과 수척해진 얼굴로 코코 자는 외손녀를 스치듯 본 친정엄마도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내 딸도 살려야겠고 내 딸의 딸도 살려야겠고.
오래 알고 지낸 분께 부탁을 했으니 사람을 쓰라며, 늦은 밤 전화가 왔다.
좋은 분이라고. 아이도 잘 돌보고 너도 도와주실 거라고.
‘진작에 아이 돌봄 서비스를 확인할 것을...’ 후회가 막심했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구나... 가슴이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