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죽을 것 같네 어쩌네 해도 다 지나간다더니, 벌써 4차 항암이다.
내일 항암을 맞으면 첫 번째 항암제가 끝난다.
생각만 해도 역겹고 또 역겹고 미치도록 도망가고 싶지만, 시간이 지나 그 시간이 오면 나는 또 항암 주사실에 앉아있겠지.
내일은 abc초콜릿을 까먹으며 맞아볼까 한다.
지난번에 시도한 박하사탕과 얼음은 별로였거든.
아만자, 그러니까 나 같은 암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항암산에 오른다고들 표현한다.
항암산.
첫 번째 빨간 산의 마지막 봉우리가 저기에 있나 보다. 내려가는 길은 어떨지 모르겠다.
전생의 기억 같은 내 젊은 20대에, 혼자 한라산에 오른 적이 있다.
최대한 가볍게 싼 여행가방을 메고 시장에서 산 귤을 까먹으며 올랐던 그 백록담.
관음사길로 하산을 했는데, 비가 와도 힘들어도 풍경이 아름다워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면 다시 일어나 걷지 못할 만큼 다리가 아팠거든.
이 산을 넘으면 표적 항암과 방사선이 기다리고 있다. 넘는데 일 년이나 걸린다는 저 산은 심장독성으로 숨을 못 쉬는 게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라는데, 나는 잘 피해 갈 수 있을까..
살겠다고 독성물질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마치 20대 그때의 내 뒷모습 같다.
산에서 내려와 공항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잡아 타기 전까지 걸음을 멈추지 못했던 그때의 나 말이다.
어디든 가고 싶다. 혼자서 멀리 아주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