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라이프:피지컬 100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배운 하이브리드 삶: 하이록스와 웰빙이 교집합

by mintchokyolate

싱가포르는 운동하기에 참으로 너그러운 나라다. 연중 따뜻한 기온, 잘 닦인 도보, 그리고 곳곳에 널린 운동 시설들까지.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요가의 열기가 대단했다. 한국과 달리 남녀노소 불문하고 요가 매트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일상적이었다.


흥미로운 건 싱가포르 골프 시장의 변화다. 땅이 좁다 보니 한국만큼 필드가 광활하진 않지만, 최근 스크린 골프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중심에는 놀랍게도 한국의 스크린 골프 기기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KLPGA 프로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의 기술력과 프로님들의 모습은 마케터인 나에게 묘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싱가포르의 운동 환경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효율적인 인프라다. '클래스패스(Classpass)' 같은 앱을 통해 요가원, 짐, 필라테스 등 다양한 시설을 자유롭게 교차 이용할 수 있어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는 장벽이 낮다. 또한 호주와 긴밀히 연계된 문화 덕분에 호주산 웰빙 간식, 프로틴 에너지바나 에너지 음료 같은 고품질 건강 제품들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운동인들에겐 큰 축복이다.


하지만 최근의 운동 트렌드는 조금 더 역동적인 '하이브리드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구력과 근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하이록스(HYROX)가 그 중심에 있다. 특히 하이록스는 크로스핏에 비해 기술적 장벽이 낮으면서도 8개의 스테이션과 달리기를 교차하는 직관적인 구성 덕분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나 역시 이곳에서 테니스, 골프, 달리기, 요가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해 왔지만, 최근 트렌드에 맞춰 자연스럽게 '하이록스(HYROX)'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요즘 나의 루틴은 하이록스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달리기와 골프 연습을 곁들이는 식으로 흘러간다.


유산소 기반에 적당한 파워가 가미된 이 운동은 요즘의 하이브리드 라이프스타일과 참 닮아 있다.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 발란스 같기도 하다.


싱가포르에서 운동하며 느낀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의 차이다.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인텐스(Intense)'하게, 즉 독하게 끝장을 보는 편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훨씬 느리고, 다양하다. 인종과 연령이 섞인 이곳에서는 각자 자기만의 속도로 움직인다. 누군가 압도적으로 잘하면 진심으로 감탄하고, 서투른 사람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어 격려하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넷플릭스 '피지컬 100' 이후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코치나 멤버들은 한국인인 나를 보며 은근히 '아모띠' 같은 강인함을 기대한다. 사실 '아모띠'가 피지컬 100에서 1등을 한 존재인데... 다행히 나는 그리 나약한 편은 아니기에, 그 보이지 않는 기대에 부응하려 가끔은 악과 깡으로 버텨내곤 한다. 체격 조건이 좋은 서양인들 사이에서 작은 체구의 한국인이 끝까지 완주해 낼 때 느끼는 묘한 쾌감이 있다.


과거의 나에게 운동이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싱가포르에서의 운동은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한 삶' 그 자체다. 아침의 아보카도 치킨 샌드위치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하이록스 훈련에 매진한다. 땀 흘리는 시간 속에서 타인에게 자극을 얻기도 하고, 때론 내가 누군가에게 건강한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만약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화려한 도심 투어와 더불어 '운동 트립'을 떠나보길 권한다. 낯선 도시에서 현지인들과 땀 흘리며 달리는 경험은 그 어떤 관광보다 생생한 활력을 줄 것이다. (혹시 싱가포르의 운동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언제든 댓글로 물어봐 주시길. 기꺼이 마케터의 시선으로 맞춤 플랜을 짜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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