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근육을 키우는 11km의 달리기와 183일의 법칙
올해 초, 예기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깨달았다. 삶이 흔들릴 때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루틴'의 힘이라는 것을.
재택근무를 하는 나의 하루는 새벽 5시 반에 시작된다.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깨우고 기분에 따라 달리기나 피트니스 클래스(하이록스)로 몸을 움직인다. 괄사 마사지와 사우나로 몸의 긴장을 풀고 나면 비로소 업무에 몰입할 준비가 끝난다. 퇴근 후에는 골프 연습을 하거나, 콘도 썬베드에 누워 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닫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기에 '정신 수양'이라는 핵심 루틴을 추가했다. 눈을 뜨자마자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떠올리고, 긍정적인 확언을 내뱉는다. 그리고 작은 메모장에 좋은 글귀나 스크립트를 한두 페이지씩 꾹꾹 눌러쓴다.
오늘도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는 외침과 함께 집을 나섰다.
힙한 카페들이 늘어선 주치앗 로드(Joo Chiat Road)를 향해 11km를 달렸다. Toast Box에서 Kopi O Kosong 한잔 후, 하이록스 트레이닝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4월의 노마드 플랜을 짜본다. 발리에서 한 달을 살지, 아니면 데이식스 콘서트를 기점으로 발리와 방콕을 오갈지, 비행기 표를 검색하는 이 시간이 진정한 '자유'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Kopi O가 블랙커피 (with sugar)인데 kosong이라하면 Zero 혹은 비우다 라는 뜻으로, 슈가프리가된다.
Kopi (기본): 커피 + 설탕 + 가당 연유(Condensed Milk), 달달구리~
Kopi Siew Dai: 기본 커피 + 설탕 적게 (Siew Dai = Less Sweet)
Kopi O: 블랙커피 + 설탕
Kopi O Kosong: 블랙커피 (설탕 X, 우유 X).
Kopi C: 커피 + 설탕 + 무가당 연유(Evaporated Milk). Kopi보단 덜 달고 좀더 고소한 느낌!
Kopi C Kosong: 커피 + 무가당 연유 + 설탕 X (라떼와 비슷)
물론, 싱가포르 직장인 노마드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이 있다. 바로 '183일 규정'이다.
싱가포르 국세청(IRAS)은 연간 183일 이상 싱가포르에 체류한 사람을 '세법상 거주자(Tax Resident)'로 간주한다고 한다. 싱가포르 거주자로서 세금 혜택을 유지하고 비자 연장이나 향후 영주권(PR)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한 해의 절반 이상인 183일을 싱가포르 내에 체류해야 한다.
자칫 자유에 취해 이 기간을 놓치면 '비거주자'로 분류되어 세금 폭탄을 맞거나 싱가포르 정착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한국 방문 기간까지 고려하면 나의 노마드 일정은 더욱 치밀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를 노릴 것인가, 아니면 발리의 평온함에 더 머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