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낙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코끼리 Nov 28. 2016

수작

가끔 의도치 않게 눈물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질 때가 있다. 남편은 연애시절 초반에는 눈물고인 내눈만 봐도 껌벅 죽더니 , 이제는 눈물연기가 거의 여우주연상 감이라며 눈 하나 깜박 안한다.

나는 눈물연기를 일부러 할필요도 없을만큼 눈물이 많은 편이다. 내가 생각해도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나오지?'할 만큼 말이다.


토요일 종일 독박육아 했으니 , 일요일 오늘은 두시간만 아이를 봐달라하고 나의 로망 아로마마사지를 받으러 다녀왔다.


오늘 당신이 한짓이 얼마나 기특한지를 이야기하다가 의도치 않게 또 눈물 수도꼭지가 열렸다.

"오늘 자기 덕분에 마사지도받고 진짜 고마웠어. 나는 근데 거짓말이 아니고...우리 콩이가 자기랑 단둘이 시간을 좀 더가졌으면 좋겠어. 내가 편하려고가 진짜 아니고. 내가 예민하고 욱한 성격이니까, (이때부터 눈물이 고일 새도 없이 후두둑)요새 진짜 욱하지않으려고 엄청 노력중이지만 ...아무튼  콩이 계속 나랑만 있는건 아이한테 좋지 않을 것같아서. 당신이 많이 놀아줘야 애도 당신처럼 느긋해질것만  같아."


웃음으로 시작한 얘기가 30초만에 눈물바다로 끝나는 것을 보고있는 남편의 눈이 내 표정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그는 적잖이 당황했으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한마디 한다.


니 수작부리지마라.




퍽이나 남편다운 발언에 푸훗 웃는다. 공감이나 따뜻한 위로 따위 할 줄 모르지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그가 고마워서 오늘도 웃으면서 또 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해 독일마을에서 받은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