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낙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코끼리 Feb 10. 2017

직업에 대한 단상

나이 한 살 더 먹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2월이다. 금방 봄이 오겠지, 싶지만 오늘도 바람은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매몰차게 분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 부고 소식에 마음도 시리다. 내 일과는 먼 것 같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래, 이제 우리 부모님들도 그런 연세가 되어 버린 거다.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던 <아줌마>가 어느새 되어있듯이. 울적하고 추운 출근길에 새삼스레 친정아빠에게 아들의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한참 육아에 대한 단상이 많았는데, 요즘은 나의 직업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그만큼 육아가 익숙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직업만족도에 대한 기사를 보니 의료인 중에는 한의사가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한의학을 공부를 하고 있는 언니에게 이 기사를 보내주니 몇 년 전 기사에서도 한의사들은 꽤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단다. 내 직업은 어떨지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치과의사의 직업만족도는 상당히 저조한 편인 듯했다. 정말 슬픈 일이지만 한편으로 내심 속으로 '휴, 다행이다.'하고 안심하는 기분이 되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어떤 직업이든 상상하던 것과 직접 겪었을 때의 괴리감이 있겠지만, 나에게 내 직업은 그 괴리감이 좀 컸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힘든 점도 있지만, 보람도 있고 재미있을 때도 있으니 매력 있는 직업임이 틀림없다. 나의 징크스랄까, 이상하게도 한 번 문제가 시작되면 다른 환자 케이스들도 문제들이 몰아닥치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온다. 요즘은 살짝 암흑의 시기를 걷고 있는데, 어제는 틀니를 진행하고 있는 (역시 내 암흑에 일조되고 있는) 환자분이 딸기 한상자를 주시며 수줍게 얘기한다. "내가 고생시키니까 더 좋은 거 주고 싶은데, 내 형편이 이것밖에 안되네요." 그제야, 신뢰감을 잃지 말아야지 하는 부담과 함께 의욕이 다시 되살아난다. 돈을 주시니 내 고생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는 것은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작년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인색하게 굴지 않기로 했다. 긍정적인 말은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확실하다. 엊그제, 택시기사 한 분이 결제 후 " 좋은 하루 되십시오~!"하고 인사를 하는데 그 한 마디에 감동받았다. 그분은 매일같이 하루에 몇십 명의 손님에게 똑같이 그 인사를 하면서 긍정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무어라 얘기하기 낯간지러워 "아, 네...... 안녕히 가세요."하고 말았을 것을 그 날은  "네~기사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하고 소리 높여 인사했다. 그 택시를 탐으로 해서 나는 평소보다 더 힘차게 출근했다. 요즘은 나도 긍정 에너지를 퍼뜨리고 싶은 마음에 나의 환자들에게도 살며시 칭찬하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정말 겁이 많고 걱정이 많으신 분들이 치료에 적응되어 갈 때 즈음 "첫날은 많이 힘들어하시더니, 요즘은 치료를 너무 잘 받으시네요."라고 이야기를 자주 한다. 상대방에게 힘내라는 의미도 있지만(실제 힘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소공으로 얼굴을 가리는데다가 입을 벌린 채니 알 수가 없다.) 그 말을 하는 나 자신도 힘을 받는다.


곧 따뜻한 나라로 짧은 여행을 갔다 오려 한다. 밤새 잘 자다가 바람소리에도 놀라 깨는 아들이 과연 밤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을지 두렵고 궁금하다. 9년 만에 다시 가는 그곳은 안녕한지, 파란 하늘의 빨간 열매 나무는 여전히 아름다운지 확인하고 와야지. 여행은 신기하다. 준비할 때는 설렘을 주고, 다녀와서는 잠시나마 활력을 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수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