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지킴이 이야기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정부가 수산물 안전성 홍보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바다와 수산물 오염이 걱정된다는 의견이 75%에 달했습니다. 방류 이후, 그 누구보다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이들이 많을 텐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염려되는 건 무엇인지 CBS 뉴스엔(2023.9.3 방송)에서 이야기했습니다.
04:30부터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1767/episodes/24771174
-원고를 수정해 세 편의 글로 싣을 예정입니다.
제 아이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정부에서 지정한 ‘탄소중립중점학교-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지구지킴이이기도 하고요. *탄소 중립 학교는 기후, 환경 위기 대응 역량을 기르기 위해 환경부, 교육부를 비롯해 6개 부처가 선정하고 지원하는 학교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처음으로 지정된 탄소중립 유치원으로 2년째 다양한 환경 교육을 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중점학교 선정 후 아이가 저의 ‘감시자’가 됐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교육받고 실천하다 보니 덩달아 양육자인 저도 교육받게 됐고, 저희도 환경에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밖에 없네요. 가전제품 에너지소비효율이 1등급인지 확인하고, 박스를 주어와 장난감을 만들고, 장바구니를 쓰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라며 많이 배워와서 알려줬어요. 평소 아이의 실천을 보면서 의견을 물어 작년엔 아이기후소송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아이는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알고 깜짝 놀라 했습니다. “이제 버리지 말라 그래. 버리면 안 되잖아. 내가 좋아하는 문어 이젠 먹기 힘든 거냐고” 걱정했습니다. 은유랑 친한 언니는 방류에 찬성한 이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슬퍼했습니다. 유치원 미션으로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바다가 아프다며 “바다를 부탁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이제 줍지도 못하는 오염수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난감합니다.
오염수 방류 직전에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가 있어 함께한 직후의 일이어서 더욱 상심이 컸습니다. 후쿠시마오염수 방류를 막아달라는 의미로 좋아하는 문어와 오징어 그림을 그려서 바다를 지키자는 그림을 그려 전달했습니다.
이 날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기사로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미숙’한 아이들을 정쟁에 활용했다며 국민의 힘은 이재명 대표를 ‘아동학대’로 고발한다는 기사가 도배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바다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함에도 폄훼하고, 정쟁으로 활용한 건 그들이었어요. 만 5세 아이가 무슨 의사냐는 기사와 댓글까지 보면 정말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싶어 실망스럽기도 하고 속상했습니다. 아이에게 이 상황을 그대로 전할 수 없어 “바다를 지켜달라는 은유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잘 안 믿어줘서 엄마가 속상해”라고 말하니 “나 진짜 지구 지킴인데” 하더라고요.
(2)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