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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젠더포럼 1

by 권영은

전날 수영을 하고 타이완 맥주를 마시고 발표 준비를 하다 아주 고요하게 잠들었다. 출장만 오는 호텔인지, 세미나만 열리는 곳인지 분주한 차량 이동만 바쁨을 알겠고, 나도 주변도 조용했다. 호텔의 꽃 조식을 건너뛰고 챙겨 온 재킷을 꺼내 입었다. 반올림 티셔츠 역시도 챙겨 입었다.

아시아젠더포럼을 신청한 이가 많아 호텔 강당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관광객이었다면 맞은편 국립중정박물관에 갔겠지만, 오늘은 인근 재단의 강당이었다. 점심때 보니 중정이 내다였다. 지난번 대만 출장 때 박물관 입구에서 프리팔레스타인 집회에 함께했고, 아래 레스토랑에서 저녁 만찬을 했었다. 앞 대만국립도서관에서 콘퍼런스가 열렸다. 타이베이는 출장으로만 기억한다.

어쨌든, 아시아젠더포럼이 열리는 곳엔 10가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연단과 VIP 석이 지정됐다. 160명이 신청했고 온라인으로도 접속하는 이들이 있다했다. 입구에서 그간 연락을 주고받은 대만여성센터 사빈이 환대하며 안았다. 본 적이 없지만 나의 바쁨을 걱정했고 발표문이 늦어지는 걸 이해해 줬다. 오가는데 편의를 봐주고, 총괄한 이였다. 한참을 나를 기다려준 것이다. 이후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다다오청에 데려가 차 만드는 곳에 데려가고 고요함을 즐기는 엄마들의 이유를, 출장에 아이를 함께할 수 없는 이유를, 포럼 이후 내가 가는 곳에도 미리 안내와 공유로 환대하게 해 준 이였다.


가져간 허니버터칩과 젤리는 사빈의 아이들에게 선물했고 올 겨울 난 아이를 데리고 분명 호텔 근처 피아노학원과 영어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로 지낼 것이라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중엔 건네었다.

포럼은 그렇게 대만의 워킹맘, 페미니스트가 세심히 따뜻하게 만들어졌고, 우에노지즈코의 첫 발표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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