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은 Feb 25. 2024

세상에서 가장 잘 고른 사위의 설거지,왜 불편한가요

“엄마 아빠 둘이 스피커 폰 켜고 같이 들어도! ”

심상치 않은 딸의 전화에 재빨리 귀 기울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는데, 다섯 가지만 질문해!” 딸은 제한/안 합니다. 과거 지나친 간섭이 일을 어그러뜨린 경험이 있기에 부모는 차분히 받아들입니다.


“성은? (이 씨) 대학은 나왔고? (응) 뭐 하는 사람이고?(노무사)“


“아이고~ 네가 이때까지 한 것 중 가장 잘한 일이다!(뭐가?)“


세상에 가장 잘 고른 사람으로 이 집 ‘사위’가 된 ‘이서방’은 오늘 저녁 식사에 고기를 구웠습니다.  장인인 아빠는 여전히 이 광경을 불편해하고 자신이 하지도 않는 설거지, 식사준비를 말립니다.


‘이 사위’는 우리 집에 오는 걸 나보다 더 기다리고 즐깁니다. 관광지에 위치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친정’ 온 듯 숙식을 편히 누리고 육아도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 놓고 늦잠 잘 수 있는 곳입니다.


딸네미인 전 우리 집에 온 지 삼일째 잠옷만 입고 칩거합니다. 소위 친정만 오면 몸살 난다죠. 밖이 푸른 바다 넘실대든 상관없습니다. 장롱 아래 가까이 붙어 책 읽다 낮잠 자는 게 최고입니다. 서울 생활 거친 지 핼쑥해져 왔다며 엄마는 홍삼에 과일을 챙겨줍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내내 편한 건 아닙니다. 사위가 뭔가를 하려면 불편해하거나, 엄마의 발언권을 제어하려는 아빠의 모습을 보거나,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는 구분하는 놀잇감 얘기 등은 못 마땅합니다. 전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랐구나를 확인할 때 더 화가 납니다. 산후조리를 하러 집에 왔다 현실을 마주하고 방 속에서 부글 했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일주일 만에 와 장인과 사위가 한 뼘 더 자란 아기를 보며 뿌듯해하며, 정작 고생한 엄마들을 제쳐두고 남자 둘이 술잔 기울이는데! “24시간 비상 육아체제에 남자들은 어디 이 갓난쟁이를 두고 술을 마시냐 “며 한 소리 하기도 했습니다. 출산으로 인한 우울증취급받았지요.


돌봄은 여성들의 당연한 몫이고 무임금이지요. 엄마와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들은 제 엄마의

품 속에서 며칠 앓아눕습니다. 제 책임져야 할 돌봄과 제 일까지 거뜬히 해내기 위해서는. 기댈 엄마가 일찍이 없었던 우리 엄마가 가엽기도 합니다.


<파친고2>를 읽습니다. 그리 욕심을 가져본 적도 말을 늘린 적도 없는 선자는 생계를 위해 부산 영도에서부터 일본 오사카 요코하마까지 거친 삶을 이끌어갑니다. 그럼에도 시대적 고민과 민족의 한과 울분은 한수, 이삭, 요셉, 노아. 모자수, 솔로몬의 남자들이 하며 선자를 긍휼히 여깁니다.


선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민진 작가의 뜻을 헤아립니다. ‘사위’나 ‘며느리’나 ‘자네’나 ‘영은이’나 ‘불편’이나 ‘당연’으로 구분 짓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일단 며칠 더 엄마밥 얻어먹고 기운 차려야지요.


힘 내 싸워야지요.



작가의 이전글 여성 해방의 날은 오려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