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업으로 삼은 사람일 뿐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사전적 정의는 '운행 중인 차, 기차, 배, 비행기 안에서 운행과 관련된 직무와 승객에 관한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승무원을 꿈꾼다고 말할 때 그 승무원은 열에 아홉은 항공기승무원을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승무원은 비행기에 타서 승객들의 여행을 돕는 사람이고, 해외 여러 나라를 공짜로 여행하는 버라이어티한 삶은 사는 사람이다. 지구별여행자라든지, 비행소녀라든지 자유롭고 가뿐하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멋진 승무원 이미지를 기대하고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승무원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승무원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다르다. 각종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 이미지도 그다지 좋지 않다. 승무원의 이미지에 대한 안 좋은 말들도 있지만, 하는 일에 대한 비하도 많다. 한 번은 지인으로부터 '비행기 타보니 승무원들 slave 같더라'는 말도 전해 들었다. 뭐 원래 공무원은 관노비, 사기업 사원은 사노비 아니겠냐며 웃으며 넘겼지만.
그리고 내가 경험한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이들의 중간 어디쯤 있다. 승무원 지망생을 만나면 나는 그들의 꿈과 희망이 되었고, 익명에 숨은 악플러를 만나면 나는 학벌도 능력도 쥐뿔도 없으면서 콧대만 높은 악녀가 되었다.
사람들은 승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비행 간 외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더 흥미롭다 보니 그런 모습을 동경하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닐까 싶다. 가끔 가는 여행이나 해외 출장은 즐거운 일인데, 그런 일을 밥먹듯이 하는 직업이라 생각하면 부러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승무원에게 비행은 여행이 아닌 일이고, 그 일에 적응하는 것은 개인 성향에 따라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승무원이 되고 싶어 꿈꾸는 사람이라면 승무원 직업이 어떤 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내 성향이 승무원이 되면 괜찮을 사람인지 꼭꼭 제대로 알아봤으면 좋겠다.
승무원은 비행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고 결국 노동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직업들 중 하나다. 개개인을 존중해 주는 시대 흐름에 맞춰 대중매체들도 특정직업을 아울러 판단하게 하는 고착화된 직업 이미지를 바꿔줄 때가 되지 않았나? 제발요. 어떤 이유에서라도 직업에 대한 풍자와 해학의 수준을 넘어선 비하나 비난은 이제 좀 없었으면 좋겠다. 개인의 취향만큼 개인의 직업도 좀 존중해 주자.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일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승무원들이 더 이상 잘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나처럼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냥 비행을 업으로 삼은 사람일 뿐이니까.. 승무원 직업이 특권의식을 가질만한 일도 아니지만, 어디 가서 손가락질 받을만큼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