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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랑 Aug 26. 2023

일 년에 생일이 3번 있는

남편의 생일

남편은 1983년 8월 26일에 태어났다. 아니, 남편의 부모님은 음력 생일을 지내시기 때문에 정확히는 음력 1983년 7월 18일이었던 날 태어났다. 그리고 집에서는 계속 음력 7월 18일로 남편의 생일을 챙겼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님이 출생신고를 하시면서 날짜를 착각하셔서 1983년 8월 25일로 출생신고를 하셨단다. 뭔가 아버님답지 않으면서도 아버님다운 실수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게 그의 주민등록상 생일은 8월 25일이 되었고, 학교 친구들과 직장사람들은 주민등록상 생일에 축하를 해준다. 어쩌다 보니 그는 일 년에 두 번의 생일을 축하받고 있었다.


그는 나와 만나면서 내게 '원래 태어난 날은 8월 26일인데 주민등록상 생일은 8월 25일'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진짜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내게 그의 생일은 8월 26일이 되었다. 그와 결혼하면서 엄마, 아빠에게도 '주민등록상으로는 8월 25일인데, 실제 생일은 8월 26일이래!'라고 전했고, 엄마는 엄마의 음력생일과 날짜가 같아 외우기 너무 쉽다며 좋아하셨다. 이후 시댁에서는 음력 생일을 챙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한 번 그리 외우셨던지라 매년 헷갈려하신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엄마 아빠는 생일은 언제야?'를 물어보기 시작할 때쯤, 아이들이 음력을 이해할 때까지 그냥 아빠의 생일은 8월 26일로 알려주기로 했다. 일이 이렇게 되어 그는 일 년에 세 번의 생일을 축하받고 있다.


8월 25일인 어제, 그를 아는 모든 인터넷사이트가 그의 생일임을 알리고 지인들이 랜선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8월 26일인 오늘, 우리 가족 그리고 그의 처가이자 나의 친정에서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음력 7월 18일인 날이 되면 그의 본가에서 또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리라.


생일이 3번이면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사실 장단점이 있다. 일 년의 하루뿐인 날과 일 년에 3번 있는 날은 뭔가 기분이 다르다. 안 그러고 싶지만 3번 중 한 번만 챙기면 되니 어쩌다 생일을 깜빡하고 넘어갔어도 부담이 없다. 그의 어릴 적 친구들도 생각났을 때 미리 축하를 던져두는 것 같다.

‘생일 축하한데이, 맞다. 니는 음력 생일 치제? 음력 생일 때 또 축하해 주께, 혹시 축하 못해도 오늘 했으니까 서운해 마레이~' 뭐 이런 식.

물론 남편이 생일날 축하 안 받았다고 서운해할 사람도 서운해할 나이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세상에 한 해 3번의 생일이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난 정말 스페셜한 남자와 결혼했다.






오늘 그의 생일 파티를 위해 노티드 제주 애월점에서 케이크를 사러 갔다. 서울에서 한참 인기 많았을 때도 안 가본 노티드 매장인데, 제주에서 갈 줄이야.. 예쁜 케이크를 많이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애월점에는 스마일케이크 한 종류만 있었다. 어쩌면 무엇을 살까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좋은 건가?


제주다운 분위기가 너무 예쁘다. 이래서 핫플레이스였구나!


서울을 떠나오면서 여러 핫플레이스들도 떠나온 것 같아 아쉬웠는데, 생각해 보니 난 복잡한 곳을 싫어해서 서울에 있을 때는 살던 동네 근처만 돌아다녔었다. 오히려 제주도는 관광객이 많긴 해도 어딜 가든 서울만큼은 붐비지 않으니 여기저기 찾아다닐 기분이 난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그렇고, 노티드도 그렇고, 블루보틀도 그렇고.. 제주에서 더 자주 찾아다니는 듯?



여름이 지나면 지금보다도 덜 붐빌 것 같아 기대된다.

제주도로 이사오길 잘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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