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고아는 처음이지?
인도에 와서 가보고 싶은 나만의 내국 여행지 리스트가 있다. 수도인 델리를 포함해 인도의 휴양지 고아, 누구나 다 아는 히말라야, 황금사원으로 유명한 펀잡, 아유르베다의 발상지인 케랄라, 물의 도시 우다이푸르,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시케시이다. 앞으로 인도에서의 시간은 2년뿐이라 다 갈 수 있을지는 글쎄… 미지수다. 그래서 최대한 우선순위에 맞춰가기로 했다.
사실 올해 초 1월엔 두바이, 3월엔 뭄바이를 다녀왔다. 둘 다 도시다 보니 올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여행은 휴양지로 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번 초이스는 바로 ‘고아’였다. 인도 내에서 휴양 여행지로 가장 유명해서 내국, 외국인 관광객이 많고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여행지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고아를 이번 여행지로 고른 데는 나름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바닷가라는 점, 두 번째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식문화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요가 리트릿 프로그램이었다.
연초에 여행 잡지를 보다가 인도의 요가, 스파 리트릿 프로그램에 대한 페이지를 본 적이 있는데 자연과 어우러져 조용한 휴양지에서 요가를 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이건 너무 완벽한 휴양인데?’ 요가와 바닷가 휴양지를 사랑하는 나에겐 이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의 있을까 싶어 무조건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 페이지를 보자마자 바로 홀린 듯이 그 안에 적혀있던 이름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시설들의 사진들도 보고 프로그램 설명들을 찾아보니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아쉬야나 요가(Ashiyana Yoga)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숙소로 운영되고 있고 숙박을 하는 동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사진들과 영상으로 본 숙소는 아름다운 숲속에 있는 것 같아 평화로움이 한층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꽤 넓어 보이는 이 공간 안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여러 채 있었고 똑같이 생긴 방이 하나도 없었다. 독립된 요가 공간들도 차분하고 멋져 보였다.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아침저녁 두 번의 요가, 저녁 명상 그리고 두 끼의 채식 식사가 있었다. 그 외에도 선택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스파, 건강 케어 패키지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었다. 숙소에만 있어도 행복하겠다 싶은 구성이었다. 지금이라도 바로 예약하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예약 정보를 찾아보니 인도의 우기인 몬순이 끝나는 10월부터 일 년에 거의 반만 여는 곳이었다. 예약도 메일로 따로 요청해야 하는 약간 번거로운 시스템이었다. 마치 ’여긴 네가 오고 싶다고 바로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야!‘라며 콧대 높게 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물러날 내가 아니지! 바로 메일 주소를 찾아 숙소에 대한 가격 같은 더 자세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메일을 보냈다. 첫 메일을 보낸 게 상반기였는데 답변은 오지 않았다. ’여긴 아무도 일을 안 하나? ‘의구심이 들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 8월에 다시 홈페이지에 문의를 했다. 드디어 받은 메일함에 아쉬야나 요가 라고 써있는 제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일을 받고 설레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이곳을 갈 수 있다면 고아로 여행지를 확정 지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메일의 내용들을 쭉 읽고 나니 더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남편이 요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좀 더 역동적인 운동을 선호하는 남편은 요가에 대한 흥미라고는 제로였다. 남편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고아에 이런 게 있대 하며 말을 툭 던져봤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답변은 “글쎄, 난 별로”였다. 그냥 혼자 갈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남편이랑 가는 게 훨씬 재밌으니 설득하고 싶었다.
여담이긴 하지만 남편을 만나기 전까진 거의 모든 해외여행을 혼자 다녔었다. 혼자 다니는 게 편하기도 했고 겁도 별로 없었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마인드가 있어서 무작정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고 나선 ’이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싶을 정도로 함께 다니는 여행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우리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거야 내가 다 너한테 맞춰주니까 그렇지!”
아무튼 협상안을 준비해야 했다. 요지는 이러했다. ’우리는 고아로 여행을 가는 거다. 바다도 있고 돼지고기, 소고기, 해산물 실컷 먹을 수 있고 그동안 봤던 인도의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풍경들을 볼 것이다. 그리고 그 일정 중간 살짝 요가 프로그램으로 힐링을 하는 거다. 쉬러 가는 거니 요가는 아주 기본으로만 하고 숙박 일정도 미니멈 스테이인 3박 4일로만 할 거라며 진지한 눈빛으로 제안했다. 남편은 코웃음을 쳤지만 와이프가 요가 자격증을 딸만큼 관심이 많은 걸 알기에 떨떠름한 오케이를 외쳤다. 그러고는 조건을 붙였다. ‘나는 요가는 안 한다!’ 난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 음흉하게 생각했다. ’흐흐, 하게 될걸?
도장 쾅쾅! 이제 고아행 결정! 신나게 계획을 한 번 짜보자꾸나!
결국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그 구간에 8박 9일의 일정을 짰다. 주변에선 다들 휴가를 동남아나 유럽으로 가는데 고아에 9일이나 가서 뭐 할 거냐며 나의 결정에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 일정도 부족할 정도로 고아는 넓었고 할 것들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