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북쪽 쇼어라인 리치몬드 비치
만약 죽기 전에 딱 한 곳만 다녀올 수 있다면, 제가 선택할 곳은 바로 미국 시애틀에서 머물렀던 "리치몬드 비치(Richmond Beach)"입니다. 정확하게는 시애틀 북쪽 "쇼어라인(Shoreline)" 시에 있는 바닷가인데, 여기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적하고 고요한 이 해변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은 매일 내려갔을 정도였는데, 생각해 보니 사진을 제대로 찍어 놓지 않았습니다. 정말 당시에는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사진 찍는 일에 무관심했었고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 불행 중 다행으로 1999년인가 2000년 교양으로 들었던 사진 수업 때 과제로 제출하기 위해 필름 카메라로 찍어 직접 현상까지 한 이 사진이 유일한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일이 잘 안 풀리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이 사진을 꺼내어 바라보며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물론 그때처럼 담배 하나 물고 맥주 한 캔 홀짝이는 낭만을 재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편히 쉴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해 주니 그것만으로도 저에게 충분히 고마운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