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을 끓이는 이유
나는 미역국을 싫어했다 아니 바다내음 나는 음식들을 대부분 먹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초딩입맛이라고 제육볶음과 돈까스처럼 호불호가 없는 음식을 좋아했다 국도 고기가 들어간 국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첫째를 임신하면서 졸지에 팔자에도 없던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미역국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본인은 먹지도 않을것을 바다내음 가득한 조개와 생선을 넣어 끓이는 미역국은 냄새조차 맡기 싫어서 소고기 미역국만 끓였다 몇번 끓여보니 왜 엄마가 미역국을 한솥가득 끓이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았다 고소한 참기름에 소고기를 볶아 한가득 끓여내니 양도 넉넉한게 이만한 가성비 좋은 국도 없었다
아내가 첫째를 출산하고 몸에 좋다는 미역국을 다양한 버전으로 끓여보았다 맑은버전으로 사골버전으로 그냥 되는대로 끓여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을 맞추기위해 맛을보게 되었는데 그게 또 이 간사한 혀가 적응을 했는지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또 몇년전 트레일러닝 대회를 나가기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밥으로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었는데 대회하는 내내 뱃속이 편안했다
이렇게 내 일상속으로 들어온 미역국은 나이 30중반이 되어서야 거부감없이 입으로 넣을 수 있었는데 내가 끓인 미역국이 아니면 사실 아직도 잘 먹지는 못한다 그래도 내가 만든 미역국을 아내와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줄때면 끓이기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끝까지 미역국을 먹지 않았더라면 우리집 애들은 나처럼 미역국맛을 모르고 살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