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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Sep 16. 2019

<명절 용돈>에 대한 부모와 자녀의 썰전.

자녀의 <명절 용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제까지 대명절 <추석>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덤으로 얻은 휴일이다.

나는 명절을 마치고 관사로 돌아와 모처럼 대청소를 했다. 그리고 배가 출출하여 자주 가던 동네 '중국집'을 찾았다. 다행히 중국집은 영업을 하고 있었고, 안을 들여다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고향을 일찍 다녀오셨는지 아니면 이 곳이 고향이라 아예 여기서 보내셨는지 식당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손님들 중에는 가족끼리 오신 분들도 어림잡아 세 테이블이나 되었고, 한 테이블은 3대가 함께 식사하는 곳도 있었다.


나는 식당에 가면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마침 내가 늘 앉는 자리가 비어 있어 3대가 모여있는 테이블과 단란한 가족이 앉아 있는 테이블 그 사이에 앉았다. 그리고 주문을 하고는 스마트폰을 열어 신간 책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가족의 대화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마트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가족 구성원을 보니 40대 초반의 부부와 초등학교 6학년으로 보이는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으로 보이는 딸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친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는 몇 학년이냐고 다정하게 물었더니 내가 생각했던 대로 답변을 해주었다. 다시 나는 고개를 돌려 스마트폰을 보면서 옆 테이블의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 : 오늘 용돈 받은 거 엄마한테 줘.
아들 : 그냥 내가 가지고 있으면 안 돼요?
엄마 : 그렇게 큰돈은 엄마가 보관하는 게 맞아. 얼른 줘.
   딸 : 엄마 여기요
엄마 : 우리 딸 너무 착하네. 아들 뭐해? 얼른 용돈 줘.
아들 : 아까 삼촌이 절대 주지 말라고 했어요. 저보고 사고 싶은 거 사라고 했단 말이에요.
엄마 : 용돈 필요하면 준다니까? 엄마가 쓰는 게 아니라 보관하는 거잖아.
아들 : 그냥 가지고 있으면 안 돼요?
엄마 : 안돼, 엄마가 보관해둘게 얼른 줘 아들.
아들 : 엄마한테 맡겨서 지금까지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주신적 없잖아요?
엄마 : 얘 봐라. 엄마가 왜 안 줬어? 엄마가 지금까지 꼬박꼬박 용돈 줬지. 또 저번 네 생일 때 엄마가 친
들하고 놀라고 따로 용돈도 주고 친구들 좋아하는 햄버거에 피자까지 잔뜩 사줬잖아. 기억 안 나?
아들 : 아니 그건 내 용돈으로 쓰는 게 아니고 엄마 돈으로 쓴 거죠?
엄마 : 얘 봐라, 그런 게 어딨어? 아들, 어서 주세요
아들 : 알았어요 대신 3만 원만 빼고 드릴게요
엄마 : 얘 봐라, 왜 3만 원을 빼? 그 돈으로 뭐하려고?
아들 : 친구들하고 놀러 갈 때 쓰려고요. 한꺼번에 다 안 써요. 그냥 가지고만 있을 거예요.
엄마 : 그럼 이번 9월은 용돈 없어도 되는 거지?
아들 : 말도 안 돼. 용돈은 당연히 주셔야죠. 이건 불공평해요.
엄마 : 얘 봐라, 당연히 주는 게 어딨어? 용돈은 없을 때 주는 거지. 그리고 뭐가 불공평해? 엄마가 너희들 용돈 모아서 가을 옷 사는데 보탤 건데 뭐가 불공평해?


엄마와 아들의 썰전은 음식이 나오면서 끝이 났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아빠는 음식이 나오자 한 마디를 거들었다. "탕수육 나왔다. 어서 먹자."


먼저 이번 사례는 초등학생의 사례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대신 중.고등학생의 사례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이 <썰전>을 두고 부모는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는 자녀의 입장에서 의견이 갈린다. 예전에 비하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일단 <명절 용돈>의 소유권을 보자면 응당 아들이 맞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의 많은 용돈을 스스로 보관하고 있다는 자체가 불안하다. 가지고 있으면 쓰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 데다 특히, 어린 자녀 에게는 자칫 사치심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묻지마 신탁'을 하라는 것도 일부 이해는 된다.


그런데 아들은 '묻지마 신탁'을 거부했다.

이 거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아들의 거부가 지금 우리 자녀 세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자녀의 소비 형태와 수준을 보면 아들의 거부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초등학생의 경우 소비의 지표가 상승했을 뿐만아니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디어>와 <또래집단>이 결정적이다. 쉬운 예로 자녀는 학교를 마치면 학원 가기 전에 친구들과 피시방을 가야 하고, 간다면 최소 1시간 정도는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게임을 한다. 참고로 아이는 절대로 혼자 피시방에 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하루에 피시방 비용만으로 최소  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피시방에서 먹는 간식은 또 다른 재미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간식은 그 자체가 놀이이고 문화다. 이러한 간식 비용으로 또  원이 들어간다고 하자. 그럼 하루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이 원은 되어야 한다. 2천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주일이면 1만 4천 원이 되고 한 달이면 5만 6천 원이 요즘 초등학생의 한 달 최용돈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자녀의 기본 소비다.

초등학생의 경우 자녀의 소비를 차지하는 큰 비중은 다른 데 숨어 있다. 바로 <게임 아이템>과 <유투브 아이템>이다. 둘 다 <모바일 아이템>으로 귀결된다. 그중에서도 지금의 자녀 세대를 대표하는 것이 게임 문화라는 것에 이견이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웬만한 자녀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자녀는 게임을 즐긴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게임에 입문하여 한창 재미를 끌어올리는 단계다 보니 게임이 생활이고 문화이고 스포츠다. 이 게임을 하지 못하면 자녀들은 초초해진다. 왜냐하면 재미도 재미지만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게임을 잘하는 친구는 또래집단에서 인기를 얻게 되고 인기를 얻기 위해 게임 아이템을 서슴없이 구매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조금 더 나아가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자녀들은 더더욱 게임 아이템에 목말라한다. 게임사이트에서 이벤트가 벌어지는 날이면 피시방은 그야말로 학생들로 미어터질 지경이다. 그런데 명절에 목돈을 받았으니 쉬이 부모에게 이 용돈을 신탁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쉽게 말해 자녀는 용돈을 거머쥔 순간에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 캐릭터의 변신과정을 상상하며 뿌듯해했을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자녀를 유혹하는 소비 패턴은 너무도 많다. 중요한 것은 이전보다 분명 소비성향이 높아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이제 자녀의 <명절 용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묻지마 신탁'은 반대한다. 그렇다고 저금통에 넣어두고 기약도 없는 돈으로 만드는 것 또한 반대한다. 물론 자녀에 따라 '저금통'의 의미를 이해할 줄 아는 자녀라면 자녀의 용돈은 저금통에 보관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렇게 모아진 저금통으로 자녀가 필요하고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데 자녀가 동의한다면 이 보다 더 완벽한 자녀 교육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에게 이러한 저금통은 오히려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쨌든 요즘에도 저금통이 있는 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녀 세대를 대표하는 특징 중에 하나가 '사라진 저금통'이다. 그리고 나의 경험에서도 그랬지만 '저금통'은 자녀에게 <희망고문>을 안겨주는 대표적인 것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저금통은 내가 소비하고 싶을 때 쓰지 못하는 '굳은 돈'이었고, 때로는 이 저금통에서 어떻게 하면 부모님 몰래 흔적 없이 몇 천 원을 꺼낼 수 있을까? 하는 나쁜 마음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 와서 말이지만 한 두 번 성공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녀의 용돈을 자녀의 통장에 <저축>할 것을 권하고 싶다. 2018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초등학생 20% 이상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사이버 공간이  자녀에게는 실제 공간으로 되어버렸고, 모바일과 인터넷 이용 기술이 현저하게 뛰어난 우리 자녀 세대를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모바일 뱅킹을 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 아이는 계좌가 없어요."


하는 초등학생 부모님도 있을 수 있겠다. 맞다. 없을 수도 있다. 80%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없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중. 고등학생의 경우 계좌가 없는 친구들도 그들의 '카더라 통신'을 통해 단 번에 계좌를 만들어주는 <모바일 앱>까지 등장했으니 참고로 알고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지금의 초등학생들에게 계좌 사용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고 특히 중. 고등학생들에게는 일상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명절의 용돈을 자녀의 통장에 보관하도록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반문하는 부모님들도 있을 것이다.


"계좌에 넣어둬서 아이들이 마음껏 사용하면 오히려 소비 심리만 더 부추기는 결과만 낳는 거 아닌가요?"


맞다.

계좌에 넣어두면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제안을 드리고 싶다. 이 글을 읽고서 자녀에게 계좌가 있는 부모가 있다면 당장 <입출금 내역>을 꼭 확인하라고 권하고 싶다. 쉽게 말해 우리는 자녀에게 통장을 만들어 줘놓고 얼마나 점검해 보았을까?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대부분은 놀라지 않겠지만 일부 부모님들은 자녀의 거래내역을 보고 놀랄 수도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으로 올라갈수록 자녀의 계좌 확인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임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녀에게 계좌가 있거나 또는 새로 계좌를 만들어 주었다면 부모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알람 기능>이다. 계좌를 발급할 때 거래내역을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알람 기능>을 꼭 신청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즉, 자녀의 계좌에서 입출금 거래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는 최소한 부모가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자녀를 위협하는 사이버 역기능 중 대부분이 '성(性)' 아니면 '돈거래'다. 그런데 정작 우리 부모들은 자녀의 '돈거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관심조차 내려두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없던 시절 부모는 아이의 지갑이나 서랍 등을 통해 자녀의 소비 패턴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 패턴마저 사이버 공간으로 넘어간 지금 부모는 정확한 확인도 못할뿐더러 바쁜 일상에 소비 패턴마저 챙길 여유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고 되팔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품과 공연 티켓을 거래하다 사기를 당하고, 사이버 도박에서 금액을 충전하고 환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카**뱅크로 너무도 쉽게 금융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조기 금융생활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실 간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냥 저는 아이에게 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라고 하시는 부모님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것은 일방적인 부모의 조치로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썰전>으로 돌아가 보자.

명확한 설명을 좋아하는 지금의 자녀 세대에게 불명확한 부모의 설명은 아이에게 부모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다른 행위를 시도하는 빌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자녀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명절 용돈>이라도 <보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따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녀가 통장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통장을 만들어 계좌를 통한 저축을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일 것이다. 대신 앞서 이야기했지만 계좌를 만들어 주고 나서 주기적으로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이제 부모의 의무다. 물론 자녀에게 대놓고 이를 의심하거나 따지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설령 이해가 안 되는 거래 내역이 있다면 침착하게 설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돈거래였다면 스스로 반성하게끔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썰전을 벌였던 가족 뒤에 줄을 섰다. 엄마는 조금 전 자녀에게 받은 용돈으로 음식 값을 지불했다. 그러자 이를 보고 있던 아들이 엄마에게 말했다.


아들 : 엄마, 그건 방금 제가 준 돈이잖아요?
엄마 : 얘 봐라, 가족끼리 니돈 내 돈이 어딨니? 가족이 다 함께 잘 먹었으면 됐지!
아빠 : 잘 먹었다. 아들!
아들 : 아...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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