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이 일을 합니다.
자정이 넘었지만, 한 친구로부터 너무 기쁜 소식을 들어 나도 모르게 '브런치' 앞에 앉았다. 10분이면 된다.
지난 겨울, 나와 '밥팅'(밥을 먹으며 고민을 나누기)을 한 청소년이 있었다. 학교를 이미 그만 둔 친구. 그 친구가 조금전 내게 당당하게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전해왔다. 어메이징.
학교를 그만 두기전까지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친구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께서 보내준 학원비마저 탕진할 정도로 괴팍하고 울퉁불퉁했던 친구였다. 덕분에 부모로부터 제대로 신뢰를 잃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차 몰랐던 이 친구는 나와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 결과 내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바로, 무언가를 또 어떤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게 너무 힘들다 라는 것이었다.
밥팅을 마치고, 후식을 먹으면서도 나는 달리 해줄 말이 딱히 없었다. 지금 있는 위치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래서 당장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부모님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라면 일단 검정고시부터 따 보는 건 어떨까?라고 했다.
가능할까요?라고 시작한 말이었지만 무거운 입만큼 각오를 행동으로 보여준 그 친구가 오늘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실컷 흥분된 시간을 보내고 고요한 시간이 되어서야 내가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카**톡으로 보내온 대화 중에서 가장 맛있고 얼큰했던 순간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마도 나는,
왜 그렇게 네 돈을 써가면서까지 그렇게 열심히 하냐?라고 고개를 꺄우뚱 거리는 사람들에게 이제 좀 어깨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일에는 확고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라고 믿고 있다. 그런 내가 잔꾀를 부리지 않고 지금까지 소신대로 해왔던 대가치고는 꽤 괜찮은 선물이었다. 이런 선물, 어디서 팔지도 않는 거잖아요?
많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덕분에 부모로부터 신뢰도 얻었다고 했으니 사실 그 말이 더 반가웠다.
오늘, 유난히 바람이 불었던 건, 이런 기쁜 소식을 안고 오느라 가을바람이 춤을 추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맙다. 가을바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