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수 Sep 12. 2016

대출받는 청소년

대출을 받고, 돌려 막기 하는 청소년

대출을 받는 청소년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늘고 있다.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대고, 대출을 받고, 돌려막기까지. 어른들의 이야기였으면 좋겠지만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대출을 받는다는 걸까? 법적으로 신용이 전혀 없는 청소년인데, 들이 어떻게 대출을 받는다는 거지?라고 반대로 물어볼 수 있다.


음성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청소년 대출


인터넷을 먼저 확인해봤다. 청소년 대출을 해주는 음성적인 사이트가 있는지. 있다. 생각보다 많다. 물론 대부분 청소년에게 대출을 해주는 업체는 블로그나 카페 같은 회원가입형 페이지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알바를 하는 청소년의 주머니를 노렸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는 이유가 약하다. 경찰관으로서 보는 시각은 당연히 업체가 청소년 명의의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위해서 받지도 못할 수도 있는 대출을 해줬을 거라 생각이 된다. 다시 말해, 청소년의 담보는 그들 명의의 대포통장과 대포폰일 것이다.



중2 때부터 알고 지내는 학생 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 처음 알게 된 건 학생의 담임교사가 2년 전 상담을 요청해와 알게 됐다.  학생 부모님은 생활형편도 괜찮다. 다른 일반 가정처럼 평범했다. 막내아들에게 위에 누나, 형보다 더 이뻐했을 것은 예상되지만 그리 유별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수업이 안될 정도로 매우 산만하고, 또 학교 안팎에서 담배를 피우고, 최근에는 불량해 보이는 고등학생 형들과도 어울리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SNS 메신저를 통해 서로 연락하고 있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학생과 대화를 시작할 때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문자가 오면 '긴장모드'다. 적어도 작은 일은 아니라는 일종의 암시다. 아무리 바빠도 청소년과 대화가 먼저다.


학생이 **북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했다. 늘 불안한 모습들을 보여주었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치거나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말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요지는 '대출'이다. 도박사이트에 손을 댔고, 돈이 없어 아는 형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매월 20여만 원씩 갚아 나갔는 데 오늘 이자를 내지 못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오늘 이자를 내지 못하면 하루마다 대출금의 20% 가까이 연체료를 내야 한단다.




청소년이 어떻게 대출을 받을까?


답답해서 통화를 해야 했다.

먼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부터 물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부모님과 싸우고 자취를 시작했단다. 고등학교도 올라오자마자 담임선생님 권유로 대안학교를 추천받아 현재는 교육청 인가 대안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과의 사이는 나쁘 않다고 했지만 이 이야기를 할 용기는 없다고 했다. 자존심도 상하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잘 보이는 모습만 보이기로 약속했는 데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 해."
"안돼요."
"아냐, 해야 돼."
"네가 힘들면 아저씨가 부드럽게 이야기를 해볼게."
"저에게 더 실망하실 거예요."
"실망하지 않도록 할게. 일단 문제부터 해결해야지. 이대로 두면 대출금이 눈덩이처럼 커질 거야. 그때는 정말 부모님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몰라.
"다시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다시 생각하겠다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부모님께 이야기를 할지 말지를 고민해보겠다는 것과 또 하나는 부모님이 아닌 자기 스스로 친구들이나 형들에게 돌려 막기 할 수는 기회가 있는 지를 알아보겠다는 거다. 그래서 전화를 끊기 전에 이 부분을 꼬집어 이야기를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불법스포츠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


학생은 도박을 했다고 했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맞추고 점수를 맞추는 스포츠 불법 도박사이트라고 했다. 자신은 청소년이라 할 수가 없어서 대출 명의를 빌려주었던 아는 형의 명의로 도박사이트에 가입했다고 했다. 여러모로 아는 형님이 꽤 도와주신다. 좋은 것도 아닌데. 못된 놈. 그러고보면 잘못된 어른들의 구조와 너무나도 닮았다. 호기심에 도박하고, 돈을 잃고, 돈을 빌리고, 못 갚고, 다시 대출을 받고, 못 갚고, 대출금은 커지고.


다음날 내가 연락했다. 궁금해서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어떻게 됐어?"
"해결했어요."
"어떻게?"
"엄마한테 말씀드렸어요. 대신 갚아주면 알바를 해서 꼭 갚겠다고요."
"잘했다."


정말 연락했을까? 의심을 하면 안 되는 데 이건 경우가 다르다. 정말 부모님께 연락하지 않고 또 혼자서 돌려막기를 했다면 이 건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부풀게 만든 것이 되니까. 보통 같으면 청소년을 믿는다. 작은 경우니까.


학생이 다니고 있는 대안학교 선생님 중에 학생부장 선생님을 잘 알고 있다. 그 학교에서 강의도 몇 번 했었고 청소년 업무를 하면서 몇 차례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그 선생님께 찬수 문제를 말씀드렸다. 학교에서도 꼭 한번 상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어머님께 연락해서 학생 말이 사실인지도 꼭 확인해달라고 부탁드렸다.


학생을 상담하고 나서 생각나는 친구들이 몇 떠오른다. 상담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페**북에서 돈을 갚으라는 게시물과 댓글들이 올라오는 것들을 본 적이 있다. 오늘은 이 친구들을 찾아봐야겠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생 여동생이 수상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