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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Mar 10. 2017

나를 웃게 만드는 어느 초등학생

청소년 사용 설명서 - 아주 가끔씩 나를 웃게 만드는 녀석이 있다. 

자주도 아니다. 

가끔이다. 

아니 아주 가끔이다.

뜬금없는 문자를 보내고는 무작정 답을 기다린다. "혹시 지금 시간되세요?" 라고 물어보는 예의도 없다. 그냥 일방적이다. 


시간? 시간 그런 것도 없다. 

학교를 바로 마치고 나서도 보내고, 밤 늦은 시간에도 보낸다. 자기 마음대로다. 이제 보니 본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또는 자기 기준에 이건 아니다 싶은게 있으면 그 즉시 나를 찾는 것 같다. 인풋(In Put)과 아웃풋(Out Put)이 아주 좋은 친구다. 

어떤 날은 첫마디부터 놀랄 때가 있다. 

다짜고짜 살인자가 있다고 한다. 개다가 자기 팔을 깨물어서 멍까지 들었다고 하니 놀라서 전화를 했다. 살인자가 누구냐고 했더니 자기 남동생이란다. 허허 하고 혼자 웃는다.

 

어머니가 옆에서 낌새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휴대폰을 가로채서는 밤늦게 무슨 일이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자초지경을 설명드렸더니 죄송하다고 하신다. 죄송할 일 아닌데 말이다.


또 한 번은, 

초등학생 동생을 감옥에 넣어달라며 대뜸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2년 동안만 감옥에 넣어달라고 한다. 물론 동생의 학번을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더구나 '패드립'이 정말 나쁜 행위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친구다. 아주 훌륭한 친구다. 



생각해보자. 

이런 문자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현에 있어서 조금은 다듬어야할 부분이 필요하지만 이 학생이 잘못한 것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께서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서 내가 다시 정정해 주었다.  


"문자 해도 된다."

"왜냐하면 아저씨는 너 때문에 웃을 수 있으니까 너가 보내고 싶을 때 문자 보내도 돼." 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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