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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Apr 04. 2017

청소년, 따라 하지 않을 용기

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있다 - 해왔던 대로 말고.

청소년이라면,

궁금하면 찾아보고, 모르겠으면 아는 사람을 찾아가는 게 맞다. 두려울게 뭐가 있을까? 어른이 아니라서 잘못과 실패에 대한 후유증이라도 있다면 이런 말 하지 않는다.


조금은 영리하게 조금은 바지런하게. 이것이 청소년에게는 더 어울린다. 그런데 왜 그리 하지 못할까? 그럼 대학생은 어떨까? 말도 마쇼~ 다 똑같아 다 똑같아요~


여고 경찰동아리 친구들이 진로체험과 관련해서 나를 찾았다. 경찰 진로와 관련하여 학생들로부터 상담받은 횟수로 치자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번은 넘게 인터뷰를 당한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질문이 하나같이 똑같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가 있는 거다.


감동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고등학생이 자소서를 쓰고자 한다면 감동이 있는 게 좋다. 경찰동아리라고 한다면 식상한 인터뷰보다 더 스토리적인 활동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과 밥팅은 필수다. 적어도 인터뷰를 당하는 나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을 인터뷰한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인터뷰가 아니라 '이너뷰'다.


세. 젤. 우(세상에서 젤 맛있는 우동)를 먹고 나서 식당 주변 주택가를 보러 다녔다. 

"저 빌라를 봐봐. 도둑이라면 쉽게 올라갈 수 있을까 없을까?"
"도시가스 배관이 올라가기 쉽게 설치되어 있네요."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하면 도둑이 침범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배관에 식용유를 뿌려놔요."
"오호~정말 좋은 방법인걸? 하하하"



현장은 늘 답을 준다.

이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주택이 범죄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하러 돌아다녔다. 소화도 식힐 겸.

"이 봐. 여기 가로등에 설치된 비상벨 봐봐."
"비상벨이 뭐예요?"
"비상시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서에 즉시 신고가 되고 스피커로 경찰 목소리가 들려"
"와, 몰랐어요 이런 게 있는지"
"그런데 말이야 여기 비상벨을 알리는 표지판을 봐봐. 무엇이 문제일까?"
"CCTV 하고 비상벨이 있다고 잘 적혀있는데요? 낡지도 않았어요"
"그럼 저기 스무 발짝만 한 번가 봐. 그리고 네가 범죄피해를 당할 비상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표지판을 봐봐. 잘 보이니?"
"아뇨..."
"그럼 어떻게 표지판을 만들어야 될까?"
"크고 눈에 잘 띄게요"
"그렇지? 그리고 저녁에는 더 잘 보이게 야광이나 네온을 설치하면 더 좋겠지?"
"그렇네요"

학생들은 현장에서 얻어지는 실질적인 해답을 보면서 신기했다. 그리고 더 보완할 것 없는지 퀴즈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눈을 멀뚱히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이 표지판을 눈에 잘 뜨이게 만들었다고 치자. 그다음 어떤 문제가 있을까?"
"또 문제가 있나요?"
"끄덕끄덕"


그중에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유레카를 외치듯 말했다.


"저 알았어요."
"글쎄, 알 수 있을까?"
"방향이요. 그러니까 표지판 방향이 한쪽 방향만 가리키고 있어요."
"그게 무슨 문제인데?"
"아, 저도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쪽을 보고 있는 표지판은 뒤에서는 볼 수 없다는 거죠?"
"하하하 그래서?"
"그러니까 뒤에서는 볼 수 없고 양 옆에서도 볼 수 없으니 표지판을 원통으로 돌아가며 만들면 어느 방향에서도 볼 수 있잖아요!!!"


놀랐다.

열정이 창작을 나을 수 있다는 걸 직접 보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다. 짜릿한 기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빠져나오는 길목에 허름한 공원이 있었다.


"오늘 마지막 진단이다. 저기 벤치 보이지?"
"네"
"저기 벤치는 이 공원에서 노숙자들의 침대 역할을 할게 뻔해."
"노숙자들이 잠을 잔다고요?"
""응. 딱 눕기 좋게 되어있잖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저 벤치에 노숙자들이 눕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레이저를 쏘듯 네 사람은 벤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한다는 거지 하며 점점 집중력을 잃어갔다.


"저 벤치 가운에 칸막이를 설치하면 어떨까?"
"와~ 대박이예요~"
"이해됐니?"
가운데 칸막이 때문에 누울 수가 없다는 거잖아요?"


나는 오늘 학생들과의 현장 활동에 '이름'을 붙였다. 우리 동네 방범진단. 꽤 괜찮다.

집으로 가라고 했더니 굳이 경찰학교로 와서 경찰 제복을 입어보겠단다.


"안 피곤해?"
"피곤하긴요. 오늘 정말 좋은 답을 얻어서 기분 너무 좋아요."


잠들기 전 동아리 부장 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 정말 원했던 답을 얻었다며 마냥 신나 있었다. 이 친구는 몇 년 뒤면 분명히 경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참 뿌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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