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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May 29. 2017

문방구 아주머니는 왜 그랬을까?

우리 아이가 도둑으로 몰렸어요.

학부모 강연을 순회한 지 한 달여 지났다. 

강연이 끝나고 당일에는 고맙다는 메시지도 더러 왔었고,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강연 감사하는 피드백을 받았다. 사실 강연의 목적은 잘 스며드는 것에 있는 데 이렇게 부탁하다시피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던 것들이 너무 잘 흡수되었다고 인사를 해주면 참 고맙다. 그냥 신난다. 


한 달이 지나고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 강연을 들었던 어머니 중에 한 분이었다.  

너무 억울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고. 우리 아이가 문방구 아주머니한테 도둑으로 몰려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할 수 있냐는 아주 간략하고 요점만 있는 내용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천천히 좀 부탁드릴게요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더니,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펑펑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등교하기 전 자기가 문방구에서 과자를 훔치지도 않았는 데 문방구 아주머니가 지난주 금요일 일을 가지고 대뜸 아이들이 다 있는데서 자기를 도둑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고, 아주머니는 일방적으로 다시는 그러면 신고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는 우리 딸 말고도 등교를 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내내 다른 친구들이 자기를 보고 물건을 훔쳤냐고, 도둑이라고 놀림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자기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며 결국 집에 와서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엄마가 단단히 화났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어머니는 슬리퍼 채로 뛰쳐나가 문방구 아주머니를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머리 끄덩이를 잡기 일보 직전까지 서로 간에 언쟁이 오갔고, 결국 어머님께서 아주머니에게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 CCTV를 확인했더니 아이가 과자를 가방에 넣는 장면은 확인이 됐지만 돈을 지불하는 장면은 사각지대에 있어 CCTV에 찍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물었더니 과자를 가방에 넣고 분명히 아주머니에게 오백 원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전혀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고. 


"그렇다고 그렇지 어떻게 다른 아이들이 있는 데서 도둑이라고 애를 부를 수가 있어요?"


정말 이상적인 방법이라면, 아주머니의 인내심 아니 보편적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게 맞다. 정말 아이를 생각한다면 설령 아이가 나쁜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맞다. 이런 일이 있었는 데 아이를 위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라는 정도의 멘트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국 어머니는 처벌하고 싶다고 했다. 절차를 좀 알려달라고. 

아니 자기가 생각하는 무고죄와 명예훼손죄가 되는 건지도 확인받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무고죄는 고의가 없기 때문에 성립이 어렵고, 명예훼손죄는 아이의 명예가 피해자의 보호법익보다 우선하는 지를 검토하면 죄의 성립은 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라면 성립이 되는 것 같았다. 일단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서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아이를 위한 결정일 것이다.  어머니의 뜻대로 법적으로 문방구 아주머니를 고소한다고 치자. 누구를 위한 고소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고소를 해서 형사절차를 밟게 되면 기본적으로 아이의 진술은 불가피하다. 결국 아이와 어머님은 경찰서로 와서 진술을 해야 하고, 상대방인 아주머니도 와서 진술을 하고. 그러다 서로 간의 진술이 어긋나면 대질조사를 벌여야 하고, 또 게다가 입증자료가 없으면 당시 목격했던 학생들을 찾아서 진술을 받아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전쟁일까...? 


"그렇겠네요..."
"그럼요, 어머니.
"딸아이는 그 아주머니를 혼내달라고 하는 데 그건 어떻게 하죠...?"


우리네 엄마는, 아빠는 아이들에게 말을 잘 해야 한다.

간단한 농담이라도 단어 선택이나 문장 비유나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아이들은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어서 말을 이쁘게 잘 해야 한다. 어머님께서 따님을 위해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를 고민해보라고 권했다. 무엇보다 담임선생님께 이 사실을 꼭 알려드리라고 부탁했다. 왜냐면 혹시라도 학교에서 '도둑'이라는 말로 딸이 지속적인 놀림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을 체크할 수 있는 분은 담임선생님밖에 없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을 드리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해서 마무리를 하고 싶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문방구 아주머니의 적절하지 못했던 언행. 

하... 어떻게 할까? 

화가 나니까 세련된 방법은 안 떠오르고 똑같은 방법만 떠오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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