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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Oct 23. 2017

자녀와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부모의 신뢰 있는 행동이다. 

2017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전국 학교폭력 피해경험률이 0.9%로 나타났다. 불과 5년 전인 2012년 당시만 해도 피해경험률이 12.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고 현장에서는 정말로 0.9%의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걸까? 모두가 끄덕하시겠지만 그렇지 않다. 아직도 여전히 우리 자녀들은 학교에서 또는 밖에서 친구들 때문에 행복해하고 마음아 파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같은 '가출' 및 '학교 밖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까지 나타나고 있어 본질적인 대책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이러한 청소년 범죄와
이탈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수도 없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가정의 역할이다. 오죽하면 요즘 청소년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 '오늘도 안녕하십니까?'라는 반갑지 않은 인사를 농담처럼 나누는 부모들의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가정의 역할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자녀와의 '소통'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과 불편함 없이 소통을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아쉽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준비된 부모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그건 '동상이몽'이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청소년기 특징은 자기중심성 경향이 강하고 우상론을 숭배하며, 특히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로 인해 동조 압력을 많이 받고 있는 집단이라고 청소년 전문가들이 흔히 이야기한다. 특히, 그 누구보다 방관자적 신드롬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회적 특징이 있어 청소년기야 말로 신뢰 있는 의사소통이 실행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라도 비행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춘기를 전후로 성장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은 다른 유아, 성인보다도 자기 세계관이 강하며, 잘못을 준비하거나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어떤 연령보다 '이기적 귀인'(나 때문이야)과 '방어적 귀인'(내 탓이 아니야)을 앞세워 오류를 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들의 일시적인 잘못을 지속적인 행위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고 또  나아가 청소년 문제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을 자녀로 둔 가정이라면,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은 어떨까?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과 잔소리가 많으신 어머니 그리고 늘 티격태격하는 형제자매의 모습. 자녀가 고민이 있어 부모에게 이야기라도 하려고 하면 우리 부모들은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부모와 또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자기 이야기만 하시는 부모. 이 두 가지 우형.


결국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의사소통의 기회를 단절하고 나아가 어느 누구 앞에서도 표현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심어주게 만든다. <표현을 잘하는 청소년은 안전하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하지만 <표현을 하지 않는 청소년은 매우 위험하다>라는 것 또한 나의 주장이다. 그럼, 부모는 도대체 자녀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할까?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말을 유창하게 잘해야 하는 것일까? 또는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게 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녀와의 소통에는 너무도 당연하고 단순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교수는 1971년 출간한 저서 「Silent Messages」에서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적인 부분이 55%, 청각적 부분(음색, 목소리, 억양)이 38%, 언어적 요소, 즉 내용은 겨우 7%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유명한 <메라비언의 법칙>이다.


다시 말해, 부모가 자녀와의 의사소통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말의 능력 즉, 어휘력은 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보다 오히려 부모의 다정한 목소리, 항상 밝은 표정 그리고 자녀를 편안하게 해주는 태도와 몸짓이 오히려 자녀와의 소통을 신뢰 있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굳이 자녀에게  ‘아들, 딸,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등교하는 자녀를 향해 "와우~ 멋있는데?”라는 말도 ‘사랑해’와 같은 의미이고, “너무 수고했다 아들”이라는 말도 ‘사랑해’와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의 모습에서 자녀는 언어만 읽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표정, 말투, 그리고 제스처까지 이 모든 것이 자녀에게 신뢰로 보인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그럼 자녀는 누구를 신뢰할까? 인간 중심이론의 대가인 칼 로저스(Carl Rogers) 심리학 교수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진정성'과 '공감' 그리고 '무편견'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가진 자녀와의 신뢰를 강화시켜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들은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을까? 부모는 바로 진정성 있는 마음과 자녀를 이해하려는 공감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녀를 무시하는 편견을 배제한 태도로 자녀와 소통을 한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자녀와의 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지각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다는 걸까? 자녀들은 청소년기라는 특징 때문에 방어적이고 이기적인 귀인 현상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물과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봐 주어야 할 입장에 있다면 또 그것이 자녀를 위한 올바른 성장을 돕는데 이용되는 것이라면 우리 부모는 사건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대화하고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꾸 부정적인 의문부호를 넣어서 이끌어가는 대화 패턴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자녀가 부모에게 고민이 있거나 사소한 문제가 있어서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자녀의 말을 자르고 부모가 대화를 리드해간다. 왜냐하면 걱정이 먼저 되니까 궁금해서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그러한 대화는 취조와 들볶임을 느끼게 만드는 불편한 대화가 된다. 청소년들에게 공통적으로 물었을 때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정말로 대화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지속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한 번이 아닌 쭈욱~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신뢰를 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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