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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Nov 04. 2017

사이버 도박으로 5천만원을 잃었습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의 실태와 대책을 논해보자.

소년의 '사이버 도박'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범죄는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청소년들에게 '도박'이라는 불법 '돈내기게임의 행태가 너무나 죄의식 없이 편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청소년의 '사이버 도박'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매우 큰 원인이 되고 있고, 또한 '소년범죄'와 '자살'을 충동시키는 매우 위험한 '행위적 약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도 일부 청소년들은 사이버 도박을 섭취하고 있고또 그중 심한 청소년들은 중독된 상태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어떤 학자는 '사이버 도박'을 가리켜 '마약'에 비유할 정도로 중독성과 범죄 귀인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나 또한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다.   


소년의 '사이버 도박'을 설명하기 앞서 우리는 '도박'의 개념부터 이해해 보자. 도박의 개념은 무엇일까요?     

'위키피디아'에서는
"도박(賭博)을 돈이나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고, '국어사전'에는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도박(賭博)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돈이나 가치 있는 것을 거는 모든 행위"라고 말하면서 부수적으로 도박은 경쟁을 포함하는 놀이이고, 금전을 추구하는 행위이며, 승패가 대체로 노력보다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사이버 도박이라는 개념은 앞서 말한 도박 개념에 '사이버' 즉, 인터넷 같은 '가상공간'을 더하면 사이버 도박의 개념은 쉽게 정리가 된다. 하지만 학교 안팎 현장에서 듣고 있는 도박의 정의는 이와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이 말하는 도박은 '호기심'이고, '놀이'이며, 뭉뚱한 내 자존심을 끌어올려주는 '자존감 회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통된 목소리는 바로 '통쾌한 성취감’이자 '스트레스 해소'라고 입을 모은다.

 '불법 도박'과 관련하여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은 너무 많다.  2011년 '김제 마늘밭 사건'. 당시 언론에서는 천문학적인 돈뭉치가 마늘밭에 묻혀 있다 발견되자 서로 앞다투어 세상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당시 마늘밭에는 5만 원권 지폐로 무려 110억 7,800만 원어치의 돈뭉치가 비닐에 담겨 있었고, 수사 결과 돈 주인은 다름 아닌 불법 '인터넷 도박' 운영자의 수익금으로 밝혀졌다. 특히 마늘밭에 묻힌 현금 외에 이미 사용한 수익금을 합치면 그 금액은 160억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와 더 충격을 주었다.  

   

늘밭 사건 이전에도 '불법 도박'은 많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불법 도박'의 형태는 오로지 오프라인에서만 운영되었다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 인터넷의 발달로 '바다이야기', '바둑이’, '고스톱등의 게임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도박을 쉽게 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의 '사이버 도박'이라는 형태를 갖추었다


'사이버 도박'이 또 하나의 심각한 ‘범죄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은 경찰청 통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사이버 범죄의 유형 중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사이버 스토킹(363) <사이버 도박(4,271) <사이버 음란물(4,354) <사이버 명예훼손(8,880순으로 나타났지만지난해 2016년에는  사이버 스토킹(56) <사이버 음란물(3,777) <사이버 도박(9,538) <사이버 명예훼손(14,908순으로 나타나 '사이버 도박이 사이버 음란물’ 범죄보다 더 심각한 범죄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3년 사이에 '사이버 도박범죄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도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렇다면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 형태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국 청소년 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처음으로 위기청소년을 선별하는 설문 항목에서 '사이버 도박경험 유무를 묻는 항목이 새로 추가되었다. 이는 그만큼 '사이버 도박이 청소년들에게 이제는 중요한 위기요인의 항목이 되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반학생과 위기취약학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사이버 도박'이 가해 빈도율에서 '음주', '갈취', '폭력', '일반범죄', '가출빈도율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특히 위기 취약학생’ 대상으로는 '스마트폰 중독보다 사이버 도박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 '사이버 도박'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위기 요인이 되는 지를 반증해주고 있다


통계 자료를 조금 더 살펴보면 지역별로는 전북이 0.8%로 타 지역에 비해 미세하게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대부분 0,4~0.5%의 빈도율을 보였다성별 차이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3배가량 높은 중 6%를 차지했고학교급별 분포에서는 대부분의 모든 학급이 1% 미만의 통계를 보여 대체로 유사하게 나왔다다만 전문계고(특성화고 등)가 0.9%로 다소 높은 경향을 보인 것은 특이할 만하다.

지만 나는 이러한 통계 결과에 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현장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직접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전문기관의 통계보다 사이버 도박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지금의 청소년 도박은 매우 음성적이고 숨바꼭질 범죄의 대표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이미 수개의 사이버 도박 어플이 깔려 있음에도 부모들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통계자료를 반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해보고 싶었다. 대체 내가 만나고 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 사이버 도박에 노출되어 있을까?라는 궁금증 그 하나 때문에 학교 도움을 받아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보았다. 준비한 설문조사대상은 총 4개 고등학교이다. 인문계고 여학교와 특성화고 여 학교이고대상은 1,2, 3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중학교는 이번 설문에서 배제했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접수되는 도박 상담과 관련해서 중학생의 경우 사이버 도박’ 상담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다소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하지만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담당하고 있는 학교를 표본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지금의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져 있다는 것을 좀 더 심각하게 알려드리기 위해 준비한 설문이라는 점도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자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학생들의 도박 참여율은 예상했던 대로 매우 낮았다. 인문고 여학생이든 특성화고 여학생이든 도박 경험률은 '제로' 상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자 고등학생들의 설문조사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인문계고 남학생들의 경우 학급별로 1.1명 정도의 통계를 보였고 학교별로도 1.4%의 도박 경험률을 보였다. 그중에 현재 도박을 하고 있는 학생은 0.5%에 불과했다. 하지만 특성화고 남학생들의 수치는 예상했던 대로 매우 높았다. 특성화고 남학생들의 도박 통계를 보면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설문 통계보다도 월등히 높은 18.4%의 경험률을 나타냈고, 그중에 현재도 도박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7.6%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 통계 수치는 '특성화고' 학생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록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학교 밖, 가정 밖 청소년들 중 고등학교 남학생들의 경우, 한 번 정도는 모두 도박 경험을 해 봤으며 그중 50% 이상이 현재도 '사이버 도박'을 일상처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문지를 활용한 설문조사 외 SNS를 통해 '사이버 도박'을 즐겨하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지금까지 '사이버 도박'을 해서 5천만 원을 탕진한 청년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청년은 3년 전 범죄예방 강연을 하러 갔었던 대안학교 2학년 학생이었고, 이후 관심을 가지고 연락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이 없었던 친구였다. 그러다 내가 올린 SNS 게시글을 보고서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도박'을 근절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그 친구와 통화를 시도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난 이후 시간이라 마침 통화가 가능했다청년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이버 도박'을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스포츠토토'라는 승부 방식의 게임이 유행이었던 탓에 가지고 있던 용돈으로 도박을 시작하다가 점차 배팅액이 커지면서 도박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결국 '아르바이트'와 '도박'을 병행하는 생활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사다리'와 '달팽이', '다리다리'와 같은 실시간 게임으로 갈아탔으며, 실시간 게임의 특징이 불과 길게는 5분, 짧게는 1분마다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도박을 여러 번 할 수 있어 자기도 모르게 많은 돈을 탕진했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대하기 전까지는 '바카라', '룰렛', '드래건 타이거' 같은 카지노 게임까지 빠져들면서 결국 3년 동안 총 5천여만 원가량을 탕진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도박하던 당시에는 친구들 대부분이 '사이버 도박'을 즐겨했다고 했다. 그들에게 도박은 어쩌다 하는 특별하고 조심스러운 것이 아닌 생각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상생활 같은 '가벼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청년은 부탁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청소년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년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청소년에게 '사이버 도박'은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너무 수월하다는 허점을 지니고 있는 게 맞았다한 친구가 도박을 하게 되면 그 무리의 친구들은 대부분 도박을 하게 되고다시 그 친구들은 또 다른 친구에게 도박을 홍보해서 퍼져나간다. 심지어는 추천인을 받으면 수당까지 받을 수 있어 수당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친구들에게 접근하여 도박을 하게끔 유도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청소년은 성인도 아닌데 어떻게 <성인 인증>을 받을까그것은 성인 인증을 묻지 않으니 성인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정확한 이름도 필요 없다가명을 올려도 회원가입은 가능하사이트 가입에서 중요한 것은 충전과 환급을 위한 은행 계좌와 가입자의 실제 연락처만 있으면 초등학생들도 '사이버 도박'을 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시스템이다또 회원가입 당시 입력한 청소년의 연락처는 다른 도박사이트 업주에게 전달되어 더 많은 유혹을 부추긴다. 그래서 도박을 한 번이라도 했던 청소년이라면 굳이 다른 도박게임을 찾을 번거로움도 없이 다른 도박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청소년들은 어떻게 해서 도박 자금을 마련할까?

도박 초기 단계에는 도박 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도박을 한다하지만 도박을 하면 할수록 손실은 커져가고 결국 용돈으로는 부족해서 도박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면 다행일 텐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도박으로 빚진 돈을 만회하기 위해 도박 자금을 친구에게 빌리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하면 스스로 '고이자'를 제안하여 무리하게 돈을 빌린다그것으로도 부족하면 일부 청소년들은 마치 자신이 사건을 저지른 것처럼 부모님을 속여 합의금을 받아 도박자금을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말 그대로 친구들끼리 짜고 부모를 속여 돈을 빼는 식이다. 심지어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학교폭력은 물론 '절도'와 '사기'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매우 위험천만한 청소년도 있다고 했다결국 도박은 도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갚지 못해 빚어지는 '폭력'과 '협박그리고 '강력범죄의 유혹'같은 더 큰 위험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느 날 늦은 밤담당하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새벽시간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무슨 사건이 있지 않고서야 쉬이 할 수 없는 행동이다어머니는 누구의 학부모 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다짜고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경찰관님 되시죠? 제 아들이 지난달에 친구에게 10만 원을 빌렸는데 지금 와서 45만 원을 갚으라고 애들이 지금 집까지 찾아왔는데 어떻게 하죠?"
"학생들이 찾아왔다는 건가요?"
"네 지금 밖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112 신고를 해서 돌려보내시고 내일 아드님이랑 상담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년들이 인터넷상에서 또는 스마트폰에서 도박을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2,3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나왔던 이야기다하지만 당시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사이버 도박'이라고 해봐야 '불법 스포츠토토같은 PC버전의 스포츠 도박게임밖에 없었다. 게다가 성인인증 절차가 있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못되었다. 하지만 사이버 도박의 접근 경로가 PC버전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청소년들의 사용환경이 쉬워졌고또 불법 도박업체들이 기업화되면서 청소년들을 겨냥한 맞춤형 게임방식들이 개발됨에 따라 형태 또한 매우 단순하고신속하며배당의 가능성을 높인 도박게임을 계속해서 출시하다 보니 그 진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담을 해왔던 어머니의 아들은 내가 담당하고 있던 학교의 학생이었다학생은 올해 초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급 친구들이 '사이버 도박'을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서 도박을 시작했다고 했다당시 가장 인기 있던 게임은 홀짝이라는 방식으로 50%의 고승률이 보장되는 '사다리 게임'이었다처음에는 어머니로부터 받는 용돈으로 2-3일에 1회 정도 1만 원가량 배팅했고이후 도박한 지 일주일 만에 50만 원이라는 꽤 높은 배당금을 받으면서 도박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높은 배당금을 받은 이후 학생은 짜릿한 승리감과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자존감까지 얻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배당금을 받기 위해 배팅금액을 열 배까지 올려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결국 도박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배당금 모두를 탕진하고 오히려 친구에게 고이자를 제안하며 돈을 빌리는 상황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사이버 도박'으로 빚어진 여러 사안 중에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들의 ‘삐뚤어진 돈거래청소년들의 돈거래는 어른들처럼 약정서를 쓰거나 각서를 쓰지 않습니다그렇다고 정확한 계산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그냥 단순하다학생은 가지고 있던 용돈을 모두 잃고 도박을 못하게 되면 친구나 후배를 찾아가 10만 원을 빌린다그리고 일주일 후에 15만 원을 주겠다고 본인 스스로 '고이자'를 부르고 돈을 빌려주는 친구는 높은 이자 때문에 돈을 빌려주게 되고 일주일이 지난 후 돈을 빌린 학생은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다시 스스로 기간을 연장하여 2주 후에 20만 원을 갚겠다고 제안한다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결국 갚아야 할 돈은 45만 원에 이르게 되면 갚을 능력이 없어 돈을 빌린 친구로부터 도망을 다니게 되고돈을 빌려준 학생은 돈을 받기 위해 또래 친구나 선배를 동원해 학생의 집까지 찾아가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통 부모들의 상담전화를 받아보면 '도박'에 대한 상담은 거의 없다최근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상담 주제는 '돈거래'였다그도 그럴 것이 자녀가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는 알 수가 없다부모가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에도 자녀는 자신의 방에서 도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돈거래와 관련한 상담이 많이 들어오자 나는 학교를 대상으로 '이자제한법'과 관련한 범죄예방 포스터를 제작하여 붙인 적이 있다쉽게 말해 고이자로 돈을 거래하는 것은 이자제한법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알렸다그뿐만 아니라 SNS 통해 '이자제한법'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홍보까지 했다보통은 범죄예방 콘텐츠라고 하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없는 콘텐츠라 반응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자제한법'은 달랐다콘텐츠를 본 청소년들은 나의 게시무를 10회가량을 공유했고더구나 1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달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맞다. '이자제한법'과 관련한 고이자의 돈거래가 청소년들에게 이미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 전 언론에서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절도를 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실렸다당황스러운 건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지만 정작 나에게는 그리 이례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만큼 지금 청소년에게 '사이버 도박'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상처가 곪고 곪아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악성’ 상태로 되었다는 것을 나는 말하고 싶다. 

   

스갯소리로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청소년들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그랬더니 많은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다그중에 재미있었던 대답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절대 휴대폰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우겨댔다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과연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을까? 나는 앞선 글을 통해 청소년에게 '사이버 도박'은 자칫 그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약물'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이제 우리는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을 근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견을 모아야 할 때가 되었다. 

첫 번째는 '사회적인 관심'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절대적이다또한 학교와 청소년을 보호하는 종사자들의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 '사이버 도박'에 대한 선택이 지금은 필수적이며 집중 또한 당연한 것이다.    


두 번째는 '안전장치’이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사이트에 접근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장치는 매우 복잡해야 하며, 매우 까다로워야 한다지금처럼 청소년들의 가입을 조장하는 허술한 장치는 우리가 허용해서는 안된다안전장치를 위해 운영자들의 처벌을 강화하고 청소년에게 '사이버 도박'이 무서운 범죄라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도록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법 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분명한 것은 '사이버 도박' 담배와 음주 그리고 향정신성 약품보다 더 무서운 '약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다 같이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이. '사이버 도박'을 포함하여 '사이버 범죄'와 관련한 예방교육이 학교 안팎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성범죄 교육과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실시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이버 도박또한 이제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리 속담에 '호랑이 아비에 개 아들 없다'라고 했다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지난 시간 동안 수많은 '위기 청소년'을 만나면서 그들의 가정을 들여다보고같이 밥을 먹으며눈물과 웃음을 보았다그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똑같았다비뚤어진 가정과 주위에 편견으로 가득 찬 시선 그리고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은 채 늘 비난하기만 했던 사회의 모습들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호랑이 아비'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도박'을 했던 청소년과 지금도 하고 있는 청소년을 만나면서 그들 내면에는 언제나 학교폭력과 기타 소년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위기 요인'들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꼭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사이버 도박'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거나 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가해학생 조치를 받은 학생들이 많았다물론 소년범죄 전과가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이제 '사이버 도박'에 대한 관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또 다른 범죄로 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는 청소년의 사이버 도박에 주목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느 아버님께서 문자를 주셨다.


“경위님, 아들이 도박을 한 것 같습니다. 친구한테 빌린 돈이 너무 많은데 좀 이상해서요.”  
 "제가 학교에서 만나서 상담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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