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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누 Jun 23. 2023

겨울은 봄의 예고입니다.

크로스 오버의 마법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겨울에 태어난 나는 이상하게 추운 겨울이 참 싫다. 예전에 유독 추운 도시에 머무를 때가 있었다. 내가 있는 도시에 교실은 홑창문이어서 겨울바람을 막아주지 못했다. 창 밖으로는 계속해서 눈이 내려 차들을 덮고 있었다. 나의 몸은 자연스레 내가 산 자그마한 난로옆으로 다가갔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것이 화상인 줄은. 난로에 너무 바짝 다가가는 바람에 내 종아리가 새빨갛게 벗겨져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컴퓨터에 처방전을 쓰면서 나를 흘끔 바라보았다.  

 “이렇게 되도록 모르셨네요? 많이 무디신가 봐요.”

 “아... 저는 추위를 너무 싫어해서요.”

 “그럼 여기서 살기 힘드시겠어요.”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눈이 너무 쌓여서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오다가 버스가 그냥 도로 한 복판에 승객들을 세우기도 했었다. 나는 집에 도착하면 냉장고 같아진 방에 보일러를 틀고 이불속에서 꼼짝없이 그대로 누워 있었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자 나는 결심했다. ‘나는 추운 지방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사람이야. 이사를 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가장 좋은 것은 따뜻함이었다. 겨울도 비교적 따스해서 견딜만했다. 특히 바다 옆을 걸을 때면 바다에 비친 햇살 때문에 겨울인 것도 잊었다. 

 ‘하늘의 거울이 마치 바다가 아닐까?’

 바닷가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 같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이 바다의 광장에서 사람들은 한껏 자유롭다. 

 ‘오길 잘했다.’ 

 저벅저벅 바닷가를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추웠던 겨울, 화상 입은 줄도 모르고 다녔던 나의 일터, 그리고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던 낯선 도시의 작은 방이 생각났다. 

  ‘징글징글했지.’ 

 징글징글한 겨울날들이 지나가고 고향에서의 따뜻한 날들이 시작되었다. 화상을 입어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까졌던 나의 종아리는 어느새 다 나아 새살이 돋아 있었다. 

 겨울이 그토록 싫었던 나는 이제 겨울이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꼭 따뜻한 곳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남쪽에 내려오기로 한 결정도 내가 추운 겨울을 지나지 않았으면 내릴 수 없던 결정이었잖아. 어떤 일도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자꾸만 나쁜 일이 자꾸 일어나면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고 있어.'

나쁜 일 뒤에는 늘 좋은 일이 있었다. 추운 겨울 뒤에는 봄이 온다. 나에게 유독 추웠던 그 겨울의 경험은 따뜻한 나라로의 이사할 기회를 가져다준 것처럼.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정말 힘이 들 때는 내가 지금 알을 깨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나은 세계로 가려고 이렇게 더 힘든 거라고 다독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알을 깨부수고 나갈 것에 대한 긍지와 기대감도 생긴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만큼이나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래도 나는 나에게 말한다. 

 ‘봄이 오고 있는 중이라 그래.’


 어떤 일에도 고통만 있지는 않다. 추운 겨울도 끝이 나고, 고통도 사그라들기 마련이며 우리는 그 아픔을 나라는 땅이 비옥해질 비료로 쓸 수 있다. 지금 우는 날들이 내 땅을 더 비옥하게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땅을 다지고 있다. 



나는 지금 가장 따뜻한 봄으로 가는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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