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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하지 않기로 해

by 미누

1.


나는 팔랑이다.

이 말에 살랑, 저 말에 술렁

모두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따르다 보면 파도처럼 부서질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힘들 때는

위로가 필요하다.

지금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듣기까지

나는 얼마나 팔랑 팔랑 댔을까.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내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수고했어.

다 잘될거야.

너라면 할 수 있어.


팔랑 팔랑

나비처럼 날아서 이 꽃 저 꽃을 마실다니느라

정작 나의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


지금 너의 꽃이 잘 자라고 있어.

씨앗이 땅에서 익어서 줄기가 나고 잎이 자라고 그리고

꽃이 피는데,

네가 날아가 버리면 아주 슬플거야.


팔랑 팔랑 팔랑 나비야.

아주 마음에 드는 꽃에 앉아서

나는 너를 보고 있었다고,

너를 응원하노라고 말해주어야지.



2.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면 나는 꼭꼭 다시 그 마음을 그릇에 담아 놓는다.


'지금처럼 해내는 것도 잘했노라'고

나는 다시 나를 다독인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제껏 노력해온 나를 작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나는 지금처럼만 해도 잘하는 거라고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하고 싶다.


꼭 더 잘할 필요는 없다.

내일은 더 나아질거라는 말이 꼭 더 잘하라는 말은 아닐거다

행복은 노력의 크기만큼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노력하는 나를 인정하고 도닥여주는 것에 있으니까.


작은 그릇이라도 고운 밥을 채워 나눠먹으면 고마운 하루다

큰 그릇에 비싼 쌀이라도 눈치보느라 식어버리고 나면 그만이니까.

작고 예쁜, 꼭 너같은 접시에

알록 달록 아름다운 꽃들을

꼭 너처럼 담길.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까지 포기 하지 않은 나를

달콤하고 편안한 밤으로 위로해주길.



3.


꼭 더 나아질 필요는 없다. 끝없는 비교, 하지만 그 사람들도 처음에 못하던 시절이 있었을거다. 비교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애써온 나를 인정해주고 점점 더 능숙해질 것이라고 나를 토닥여 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인 것 같다.


누군가가 10년간 터득한 일을, 단 한번에 따라갈 거라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내일은 너무 초조하고 불안하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하루 하루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더 행복해 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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