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내게 하는 말
모진 바람이라고 울지 말아.
지금 그 바람이 너에게 말하고 있어.
괜찮아. 나는 지나가.
내가 지나가면 너는 자라나 있을 거야.
긁힌 만큼 새살이 돋고
깎인 돌 틈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지.
한없이 나약한 줄만 알았던 너는
비와 바람을 거쳐 거대한 자연이 되어갈 테지.
작디작은 네가 활짝 기지개를 펴던 날,
어둠속에서 고개를 들어 마침내 햇살을 기다리던 날,
너는 비로소 겨울바람에게 윙크했지.
길고 길었던 겨울의 밤에는,
노랑 노랑 따스하게 익은 봄이 올 것을 몰랐으니.
귀여운 새가 속삭이는 말-
더 깊어지기 위하여,
우리는 아팠다는 전설
산들바람과 종달새, 해바라기와 소나무에게
나는 그런 말이 듣고 싶어
지금 이대로 충분해.
너만으로 충분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깊어지기 위하여
기나긴 겨울을 지나갈 뿐이라고.
괜찮아. 다 괜찮아.
모든 것은 지나가고
너는 충분하다고.
나는 그런 말이 듣고 싶을 뿐.
외로운 어느 겨울날에는.
모진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예상하지도, 예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내 삶을 벼랑으로 몰아칠 때,
누가 정신을 온전히 붙들 수 있을까.
그저 걸어갈 뿐,
그저 살아갈 뿐.
그렇게 아픈 날에는
바람도 아프고, 비도 상처다.
그러나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고통 없이 살아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부처는 인생을 고통이라 했고,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했다.
많은 이들이 종교에서 평안을 얻는 이유는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누구도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깨달음 때문인지 모른다.
그리고 나 역시 그중 하나임을 받아들이는 겸허함 때문인지도.
차라리 아픔을 숙명이라 여기고,
불안을 생존을 위한 레이더라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일지도 모른다.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몇 번쯤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엔 뜻이 있다.
뼛속 깊이 내려가라.
그래서 더 깊어지고, 더 성숙해지라.
태어난 그대로 머물지 말고,
죽기 전까지 나와 남을 이해하라.
더 깊이, 내려갈 수 있는 그 깊은 곳 까지
내려가라.
그러니, 당신 지금 아프다면,
우주 만물이 당신이 스러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지켜주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약속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p.s. 소설을 써보다가, 에세이를 쓰다가, 시를 쓰기도 합니다. 글은 매일 끌어올리면 새롭게 나오는 우물처럼 파내도 파내도 계속 나오지만, 제 글이 쓸모를 가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글이든 누구에겐가 닿아서 그 어떤 의미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시는 모두 자작시이구요^^ 저의 글에 라이킷해주시는 한 분 한 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