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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누 Jun 20. 2023

애쓰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아아, 내 가슴은 너무나 들끓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납득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어.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베르테르가 마음을 빼앗긴 로테는 약혼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알베르트, 알베르트와 베르테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지만 그들의 친교는 계속된다. 사랑이라는 큰 물에 미움은 섞일 수 없으니 그는 로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알베르트도 이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성적인 알베르트와 감성적인 베르테르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를 이해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납득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다. 

 아닌 듯 보여도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나도, 베르테르도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고른 것은 아닐까. 


 과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특히나 내가 사랑할 수 없는 원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불가능한 시도를 매일 하고 있는 나에게 위로할 말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원래 가능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사뭇 크다. 


 "나의 반쪽은 어디 있을까?"

소녀감성을 지닌 B는 아직도 반쪽 타령을 한다. 오래 알고 지낸 그녀는 소울메이트, 그녀의 반쪽을 구인하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의 반쪽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도 더 완벽한 자신의 반쪽을 찾고 있다. 감히 생각하건대 나는 그녀가 영원히 반쪽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자신만의 기준을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 내 사랑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도 그도 서로에게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숨겨진 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본모습을 마주하면 대부분은 실망하고 그 사람이 변했거나, 내가 원하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만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다. 내가 착각한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내가 그를 안다는 그 착각, 그 오만이 바로 잘못이다. 이걸 모르면 누굴 만나도 내 반쪽이 아닐 텐데, 우리는 아직도 그런 꿈을 꾼다.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있을 나만을 위한 반쪽!


 성숙한 사람은 사랑에 너무 애쓰지도 않고 사랑에 너무 실망하지도 않는다. 순도 100프로는 없다. 완벽하게 맞는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다른 사람도 없다. 사랑은 나의 반쪽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스며드는 과정이다. 스며들 때는 참견도 판단도 할 수 없다. 스며들 때는 스며들기만 한다. 


 아직도 B는 다이어트를 하고, 재테크를 하고, 교양을 쌓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럴수록 그녀의 눈높이는 더 높아져 갈 뿐이다. 사랑은 나 자신을 희생하거나 포기하는 거란 말을 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 사랑도 오래 할 수 없다. 그저 내가 정해둔 사랑의 틀에 맞추려는 사랑은 이기심 100프로의 사랑이니 오래갈 수 없고, 누군가의 틀에 맞추기만 하는 사랑도 이타심 100프로의 사랑이니 무너지기 십상이다. 사랑이라는 빵이 구워져 나오려면 이기심과 이타심이 적절히 배합되어 그 둘이 남지 않을 정도로 오래 숙성되어야 한다. 적절한 온도,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평행선이기만 한 관계는 노을 지는 지평선을 바라볼 때보다도 더 슬프다. 다름을 받아들여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당신에게는 있는가? 잔잔한 호수에 이는 바람처럼 자연스러운, 각자의 삶을 살아도 차 한잔 나누며 꾸미지 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만 싶어지는 게 사랑이다. 그러니 달라서, 맞지 않아서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다면 그건 처음부터 사랑이 아닌 순도 백 프로 나의 이기심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좋다. 


달라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사랑하지 않아서 사랑하지 못할 뿐이다. 



 애써야만 하는 사랑은 애달프다.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말없이 있어도 좋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아서 섭섭해도 내일이 되면 또 그 다름을 이해해보고만 싶은 그런 사람. 내가 손해 보는 것 같다가도 또 내가 이득인 것 같기도 하고 이 관계가 우스워 자다가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애쓰지 않아도 편안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인생의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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