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아침 디제이

by 미누

어느 순간 아침이라는 시간이 더 의미있어진 건 나이가 들어서 같기도 해요.

나이를 먹으니 점점 챙길 것들이 늘어나더군요. 그런데 하루 동안 그 많은 것을 하기에는 속도가 무척 느린 나로서는 힘든 일이예요.

그래서 모두가 잠든 아침은 시간에게 나를 뺏기지 않으려고 하죠.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보내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행복을 채우는 시간이랍니다.


공상 즉 아무 소득 없을 수도 있는 멍때리기, 어떤 말이든 상관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내려 가기, 가끔은 아침부터 슬픈 영상을 보며 울음바다를 항해하기도 하고요.


아침에 기지개를 펴고 커피를 내릴 때 구수하고 신선한 커피의 향을 음미할 틈도 주지 않는 하루의 시간에게 대향하기 위해 오늘도 콧방귀를 끼며 아침에게 이렇게 선언하죠.








하루에 밀려 살아도,

밀려 사는 삶마저도 내겐 너무 고마운 걸.


공상을 하며,

아무말이나 쓴 일기를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어둔 밤 위로 초록 빨강 체크무늬 잠옷을 입은 채,


어느새 나타난 아침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은, 여전히 나를 설래게 하는

만천몇백몇십몇번째 날의 서막


뜨고 지는 해라면 실컷 보았을 내게

내일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의 등장이 새로울 거라고

지난 밤 귀뜸이라도 해주었을 걸


기막히게 신나는 일은 없어도

기적같이 멋진 이를 만나지 못해도

하루를 더 살아서

챙겨야 할 일들

돌봐야 할 이들

그 모든 것들을 해내는 아침의 사람들

그 사람들.


결국은 어제도 살아내 새아침을 맞이한 모든 지구인에게

마음 속 마이크를 켜고 소리없이 외친다.

지구별 작은 디제이처럼.


행복해라.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하는 모든 사람들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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