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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 Jan 25. 2023

day11. 나의 멋진 육아동지

#11일차

다행히도 코로나 전에 아이를 낳았다.

이걸 다행이라도 말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 해 겨울부터 코로나가 시작되어 유치원을 가는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마스크 쓴 채로 분만장에 가보지 않은 것 또는 혹시나 출산 때 코로나가 걸린상태라 분만할 곳을 헤매이지 않은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에게는 멋진 육아동지가 두 크루나 있다.

회사 인턴 동기들과 조리원 동기 언니들.

처음 엄마가 되어 캄캄하고 불안했던 그 시간들을 함께 해준 사람들이다. (지금도 진행중)

회사 인턴 동기크루는 나를 포함 세명이 있는데, 4개월 먼저 출산한 쌍둥이엄마와 1년뒤에 출산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얼마전 둘째도 낳았다. 아주 멋지다.

우리는 근처에 살고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자주 교류하는 모임이 아니었는데 함께 엄마가 되고나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사람들이 되었다.

맛있는게 있으면 나눠먹고 아이를 옆방에 재우고 밤늦게까지 수다도 떤다. 나 말고 둘은 술도 아주 맛있게 먹는데 덕분에 나도 조금은 술을 즐기게 되었다.

조리원동기 언니들은 조리원에서 만났다. 같은 병원에서 출산하고 같은 조리원에 입소한, 아이들의 생일이 하루 이틀 차이인 진짜 엄마 동기다. 

그때 열 몇명이 함께 있었는데 그렇다할 활동이 없는 곳이라 조동 만들기는 글렀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밥은 같이 먹어서 얼굴은 눈에 익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아이의 이름과 이어서 누구엄마 정도로는 알고있었다.

그런데 조리원에 큰 일이 한번 벌어졌다. 6월 그 더운날이었는데 조리원에 에어컨이 고장났다. 전체 구역에서 반으로 딱 잘라서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신생아실도 반만 운영할 수 있어서 아이들 침대를 한쪽으로 차곡차곡 모아놓고, 그래도 자리가 없자 간호사 선생님들 방에도 아이들을 넣어두어서 밖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생겼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방에 있는 엄마들의 불만이 대단했고 조리원은 언제 수리가 된다는 말 대신 밤에 갑자기 선풍기를 사와서 넣어줬다.

그 때 불만이 폭주했다. 어떻게 이렇수가 있는가. 퇴소를 고민하는 엄마들, 환불을 고민하는 엄마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쯔음 그때 제일 활발했던 언니의 주도로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내가 제일 어렸어서 모두 언니였다.)

조리원에 대한 불만으로 밤새 수다를 떨었다. 

원래 공공의 적이 있으면 다같이 한패가 되어 똘똘 뭉치지 않는가.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다.

그 중에 나와 집이 제일 가까운 언니가 있었다. 조리원 퇴소 후 집에서 아이를 보는데 하루이틀이지, 매일 집에 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작정 언니에게 연락해서 놀러가겠다고 했다. 따로 말을 많이 섞어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용기였을까. 그런데 언니도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오라고 했다. 그렇게 서로 집을 오가고 산책을 함께했다. 조리원 단톡방에 이야기를 했더니 다음에 같이 산책하자는 언니들이 나왔다. 다들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조동 5명이 모아졌다.

우리애만 이런걸까? 지금 이게 맞는걸까?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많은 고민을 함께했다. 다 같이 모이면 앉아서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다들 어른과의 대화가 고팠으니까.

함께 아이를 키웠다. 함께 엄마로 커갔다.

문센도 함께하고 무슨 날이면 모여서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3년 반을 함께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우리집에 모였다. 얼마전에 이사한 우리집 집들이 명목이었지만 언니들과 아이들과 놀고싶었다.

이제는 다 같이 앉아서 밥을 먹을 수있다. 커피도 먹을 수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도 하고 싸우고 풀고한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함께 그림도 그리고 숨바꼭질도 하고 클레이 놀이도 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가 되었다는게 새삼스레 느껴졌다.

올 해 아이들 모두 유치원에 입학한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아이들도 엄마들도 유치원은 처음이니 또 이런저런 일이 생기겠지.

그럼 또 언니들에게 메세지를 보내겠지.

누군가는 답을 찾아 줄것이고 누군가는 공감해줄것이다.

엄마라는 길에 이렇게 든든한 동지들이 있다는건 정말 멋진일이다!

*매일 30분, 작심 100일 프로젝트는 꿈샘과 글친구들이 함께 합니다.

#꿈샘

#꿈샘과글친구들

#매일30분작심100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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