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차
오늘따라 집에서 내린 커피가 썼다.
남편 커피도 내 커피도 놀러온 친구의 커피도 모두.
캡슐기계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아메리카노는 그 쓴 맛에 먹는 것 아닌가.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친구는 많이 썼던지 설탕을 넣었다.
하얀 설탕을 티스푼 한가득 떠서 커피에 쏟아넣는 장면이 아이가 보기에 꽤 재미있어 보였나보다.
"엄마도 내가 설탕넣어줄게."
나는 먹을만 했지만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해보고 싶다고 쳐다보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럼 조금만 넣어죠."
티스푼을 조심조심 들고 설탕을 반쯤만 떠서 내 커피잔에 넣고 휘휘 저어주었다.
"엄마 커피는 써? 나는 달아."
배도라지 주스를 쪼옥 빨아먹으며 세상 무해한 얼굴로 씨익 웃으며 말하는 것 아닌가.
커피가 뜨겁고 써서 인상을 찌푸리며 마시고 있었는데 아이의 그 한마디에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쓰다는 것이 무슨 맛인지 아이는 알까.
나의 세상이 써도 너의 세상은 계속 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