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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Dec 09. 2024

결혼 생활

결혼 다음의 숙제는 출산?

 일전에 누가 그랬다. 아이가 고등학생까지는 대학 걱정, 대학을 가면 취업 걱정, 취업까지 하고 나면 결혼 걱정,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면 손주의 탄생 여부 걱정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결혼을 하고 난 뒤 머지않아서 주변에서는 은근슬쩍 [좋은 소식]을 물어왔다. 한두 번 묻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치는데 뭔가 쓱 눈짓을 보내다가 혹시... 하면서 또 그놈의 좋은 소식을 물어올 때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족을 늘리든 말든 왜 남이 더 궁금해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아. 물론 나도 결혼 초에는 [가족을 늘려보고자 합니다] 하면서 호호호 웃었더랬다. 그런데 이게 실제 결혼을 해보고 나니 지금 둘만으로도 꽤나 빠듯하게 굴러가는 생활에서 어떻게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는 것인지 이게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음을 체득하고 나니 혹여나 찾아올 이 소식이라는 것이 결코 기쁘지만은 않음을 느끼고 있다. 

대략 1년 전에 나에게도 그 소식이라는 게 잠깐 찾아왔다가 간 적이 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울렁거리고 졸음이 쏟아지고 하는 게 혹시나 해서 한 테스트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 한 두 줄이 나타났다. 승강기가 없는 집이라 5층까지 하루에 몇 번이고 오르내릴 때마다 핑핑 돌아서 아주 혼났었는데 거기다가 지하철 왕복 2시간을 매일같이 오가고 나니 중간에 역에서 뛰어내려 화장실로 직행하는 일이 슬슬 등장했다. 놀랍게도 나는 남들처럼 시간을 두고 찾아오는 입덧이 아니라 그야말로 임신 성립과 동시에 치받쳐 오르는 그런 입덧 같았다. 이렇게 해서 어디 일이나 다닐 수 있겠나. 대체 뭐가 기쁘다는 건가. 나는 아주 죽겠는데!! 하면서  펑펑 울고 불고 하고 난 뒤에 나의 그 소식은 어느 날 뒤틀리는 복통과 함께 사라졌다. 그때 이후로 내게 남들이 말하는 좋은 소식은  인생에서 가장 힘겨웠던 기억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어서 가족을 늘려야지~라거나 몸을 만들어야지~하는 말은 그 이후부터 정말 듣기 싫은 소리가 되었다. 주변이야 예쁜 아기를 기다리며 기대만 하면 그만이지만, 당사자는 구역질을 견뎌가며, 배가 부를수록 뚜벅이 수업이 가능하지 않음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를 싸매야 하고. 택배기사님들도 올라오지 않는 집을 꾸역꾸역 오르내리면서 다녀야 하는데 쉽사리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언젠가 한 번 그 미스무리한 말을 들은 직후 나는 남편에게 꽤나 쏘아대듯이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우연인지 아니면 남편의 방어 때문인지 이후로 그 누구도 내게 '아기'라거나 '좋은 소식'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유치원 교사를 오래 했던 이유는 아이가 좋아서였고 아이들이 주는 좋은 기운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지만 아이들의 그 맑고 투명하고도 따스한 기운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환경이나 배경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스스로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유를 느끼는 수준이 아니면 기쁨보다는 이후에 느낄 부담이 더 크지 않을까 느껴졌다. 

요즘 주변 친구들의 임신 소식이 꽤 들려온다. 다들 나랑 결혼 시기가 비슷했거나 혹은 더 늦게 한 친구들인데 하나 둘 아이를 갖고, 또 교회에서 유아 세례까지 받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켠에서는 나도..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식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자신이나 배우자를 꼭 닮은 모습의 아이가 집에 있으면 그 사실로도 정말 행복할까. 태교 여행을 떠났다는 둥, 아이 유모차로 어떤 브랜드를 사고 어떤 물품들을 집에 들였다는 둥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유모차를 대체 어떻게 들고 올라와야 하는 건지, 아이 물품을 둘만한 공간은 만들 수나 있는 건지, 온갖 물품들의 가격에도 놀라지 않을 자신은 있는 건지, 나도 그들처럼 일을 휴직하고 2-3년이라도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것부터 생각하다가 혼자 허허 웃고 만다. 와.. 나 진짜 속물이다.. 하면서. 오늘도 오랜 친구이자 동료에게 2세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에게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음에 함께 기뻐하다가도 나는 또다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새벽 말씀을 듣는데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인간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하고 성급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다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그 분이 뜻을 기다리십시오.] 세상에..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가면서 고민을 하는 내게 해주는 말씀같다. 근데요. 다 잘 될 것이야. 하기에는 이게 쉽지가 않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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