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가족같이 키우기

훈육과 사랑의 그 어딘가

by forever Young

얼마 전에 강형욱 훈련사분이 새롭게 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제목에 [늑대]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처음에는 울프독이나 말라뮤트 혹은 셰퍼드 종류를 다루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의 늑대는 공격성이 심한 의뢰인들의 반려견을 표현한 단어였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물건을 물어뜯거나 아이를 공격하는 등의 장면은 볼 때마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강아지들에게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바로 성장할 때 제대로 훈육이 없었거나, 그게 아니면 어린 시절 버림을 받거나 이유 없는 폭력을 당했을 경우이다.

이 프로를 보면서 기쁨이가 자랐을 때 몇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초보 견주였던 우리가 어떻게 기쁨이를 훈육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쁨이는 순한 강아지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질이 순했고, 무던했으며, 예미한 구석이 없어서 우리는 무척이나 만족했다. 의사 선생님이 처음 기쁨이를 마주하셨을 때, [이 녀석 꽤나 기운이 넘칠 거 같은데.. 좀 자라면 아마 에너지가 대단할 거예요.]라고 하셨지만, 그건 산책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걱정이 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인내심이 많았던 기쁨이가 슬슬 반항을 하기 시작한 때는 대략 10개월가량부터이다.


그의 첫 당돌한 반항은 바로 양치질이었다. 아주 어릴 때는 순순히 이를 내주고 [이게 뭐지?]하는 표정으로 양치질을 견디던 기쁨이는 어느 순간부터 칫솔을 볼 때마다 줄행랑을 쳤다. 억지로 붙잡고 칫솔질을 하려고 들면, 송곳니를 드러내지는 않으나 꽤나 높은 음의 깨갱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몸을 틀어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난리를 쳤다. 겨우 양치질을 끝내고 나면 한참을 삐져서 베란다에서 잠을 청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약해져 버린 나는 칫솔질은 더 커서 할까..라는 세상 어리석은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유치원 교사를 그리도 오래 했던 내가 말이다!!] 그때마다 남편은 굉장히 단호하게 말했다. 싫다고 평생 안 시키고 나면 나중에 잇몸이며 치아며 다 난리가 날 것이라고. 그때부터 나는 기쁨이가 칫솔에 관심을 가질 때마다 좋아하는 간식을 딱 한 개씩 쪼개서 주었다. 코로 건드려도 칭찬. 핥아보았을 때도 칭찬, 그리고 마침내 치아에 칫솔이 닿는 것을 허락했을 때는 폭풍칭찬! 이 과정이 한 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몇 번에 걸친 이후 마침내 기쁨이는 칫솔을 허락했다. 찬찬히 입을 벌리고 싫어서 고개를 돌릴지언정 도망을 치지는 않는다.




이 녀석의 두 번째 반항은 바로 진드기 퇴치 약이다. 강아지들은 매달마다 심장사상충을 복용하고 진드기 약을 등줄기를 따라 발라야 한다. 특히 풀냄새를 좋아하는 기쁨이에게 진드기 약은 필수였다. 아주 어릴 때는 찬찬히 약을 발라도 가만히 있던 녀석은 힘이 생기면서 이 약을 아주 강하게 거부했다. 이건 칫솔보다도 더 싫어했어서 으르렁하고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힘을 쓰고 난리도 아니었다. 약을 꺼내기가 무섭게 아무리 간식으로 유인을 해도 이 약만큼은 소용이 없었다.

남편은 생떼를 쓰는 기쁨이의 목을 강하게 제압하고 바닥에 완전히 결박을 시키면서까지 엄청난 기싸움을 했는데, 정말 보는 사람이 괴로울 지경이었다. [지금도 이 정도로 반항하는데 나중에 더 커서 입질까지 하면? 그래서 당신이든 의사 선생님이든 누군가가 물리면?] 언성을 높이면서 이 기싸움을 멈추지 않는 그 상황이 참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라도 한 것이 옳은 것일 수도 있겠다. 혀가 옆으로 빠져서 결국 포기를 한 채 약을 바른 기쁨이는 완전히 지쳐서 켄넬에 쏙 들어갔다. 그러나 매번 이렇게 몸싸움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 우리는 한동안 밤이면 기쁨이를 등을 보이게 앉혀놓고 뭉툭한 연필이나 펜으로 등을 쓸어내리거나 한 두 번씩 콕콕 느낌이 들도록 눌러보는 행동을 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칭찬과 간식을, 그게 아닐 때는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짧지만 자주 반복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연습을 했음에도 두어 달은 어느 정도 몸싸움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쁨이를 돌아 앉히고 우르르르 까꿍을 연발하며 약을 발랐을 때, 드디어 이 녀석이 가만히 멀뚱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남편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끌어안고 칭찬하고 뽀뽀하고 간식 주고 거의 어화둥둥 수준의 칭찬. 요즘 기쁨이는 아주 약을 잘 바른다. 물론 바른 이후 약기운이 피부에 퍼지기 시작하면 이리저리 뛰고 비비면서 온몸으로 싫은 티를 내지만, 그래도 이를 드러내거나 으르렁 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으니 다행이다.



마지막 전쟁은 바로 목욕 후 드라이였다. 와.. 이건 정말 너무 힘들어서 나도 남편도 진을 다 뺐던 기억이 많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어떻게든 드라이기를 피하겠다는 기쁨이와, 그런 기쁨이를 잡으러 같이 뛰어다니는 우리. 겨우 잡아서 말리기 시작할 때면, 기쁨이는 발톱을 잔뜩 밖으로 꺼내 내 등이며 목이며 머리 꼭대기까지 고양이 수준으로 타고 올라갔다. 도망가고 붙잡고 긁히고의 대행진. 가뜩이나 곱슬 털이라 속까지 말리는데 적어도 40분이 소요되는 것을 이 난리를 치니 1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대망의 드라이가 끝나면 남편의 온몸은 기쁨이가 할퀸 영광의 상처가 가득했다. 한 번은 드라이가 힘들어서 목욕까지 전문가에게 맡긴 적이 있었는데, 1시간 뒤에 찾아간 곳은 온통 바닥이 물천지였다. 기쁨이가 목욕 때도 반항을 하고 난리를 쳤다는데 우리 부부는 갸우뚱했다. 드라이기를 거부하기는 했지만 목욕을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미용을 받을 때도 [참 착해서 목욕도 미용도 잘한다.]는 얘기만 들어왔던 터였다. 처음 간 곳이라 그런 건지, 미용사분의 손길이 기쁨이에겐 불편했던 것인지, 집에 오자마자 스트레스 때문에 몇 시간이고 자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드라이 때문에 업체에 의지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래.. 차라리 반항해서 혼나더라도 남이 아니라 엄마아빠한테 혼나는 게 낫지..] 주변 견주들이 우리에게 주신 팁은 간식, 그리고 중간중간 휴식해 가며 말리기였다. 말이 쉽지.. 한 사람은 간식을 들고 강아지의 관심을 끈 채 폭풍 빗질을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드라이기를 열심히 들고 있어야 한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고 몹시 피곤하지만, 아마 반년간은 꾸준히 2주마다 그랬던 것 같다. 지금처럼 얌전히 엎드려서 꾸벅꾸벅 졸면서 털을 말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가장 심했던 이 3가지를 제외하고도 안돼! 라던지 몸으로 블로킹을 해가며 훈육을 하는 때는 많다. 큰 강아지에게 이유 없이 짖거나, 아니면 혼자 삐져서 나 혹은 남편에게 으르렁한다거나, 콘센트마다 물어뜯어놓거나, 벽지 뜯기를 몰래 시도하거나 등등. 그때마다 나름 단호하게 옳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지만, 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유튜브나 우리보다 훨씬 오래 반려견을 키우신 분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면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라도 훈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짧지만 아주 단호하게. 강아지는 동물이고 동물은 아무래도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 이 강아지 만져도 돼요?] 라거나 [이 강아지 물어요?]했을 때, 우리 애는 물지 않는다고 확신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말 키우면 키울수록 어린 유아를 가르치는 느낌이 든다. 과거에 어린 학생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운 뒤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내 앞에 서있을 때의 표정과 눈물이 반짝반짝 고인 채로 오도카니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기쁨이의 표정은 몹시 똑같다. (아이 키우시는 분들이나 반려인들은 아시겠지만 이때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귀엽다..) 그 앞에서 단호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나 잘못한 행동을 알려줘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예쁘다고 하고 안아주고 놀아주기만 하는 행동은 마치 이모가 조카를 사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정말 자식같이, 가족처럼 키운다는 것은 그른 행동을 바로잡아주고, 올바르게 커갈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하는 것. 필요할 때는 훈육도 하고, 옳게 행동을 하면 그 즉시 칭찬으로 보답을 해주는 그런 방식이 정말 자식같이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들었다. 기쁨이의 모든 행동이 바르고 훌륭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도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싫어하는 위생관리를 하려고 하면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받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좀 더 예의 바르고, 사회성 좋고, 타인에게도 안전한 그런 강아지로 자랄 것이라 굳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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