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고 싸고의 연장선
나와 남편을 포함하여 나의 주변인들은 [한 번이라도 기쁨이로 살아봤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쁨이의 삶은 강아지를 위해 모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기쁨이에게 과연 결핍이라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오늘은 기쁨이의 일주일 일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월요일~금요일
오전일과
-오전 6시: 다른 집은 강아지가 먼저 깨운다는데 우리 집은 인간들이 먼저 일어난다. 이 아이의 산책이라는 특명을 갖고 있는 아빠는 특히나 알람을 몇 개씩 맞춰놓고 잘 때도 있다. 분주하게 목줄, 배변봉투, 물을 챙기며 아빠가 준비를 할 동안, 기쁨이는 뒹굴거리면서 실눈으로 아빠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자는 심보로 아빠가 쓰다듬고 일어나라고 몇 번을 말해도 기지개만 있는 대로 켤 뿐, [아빤 나가. 난 안 가]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그러다가 목줄이 목에 딸깍 채워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서 튀어나간다. 나가자마자 기쁨이가 달려가는 곳은 바로 [영웅이네 집]. 몇 번이고 영웅이가 있는 창문을 올려다보고 짖고 쉭쉭 소리를 내면서 그 집 앞을 뛰어다니고 수색을 한다. 영웅이의 냄새가 짙은 날이면, 도파민이 폭발하는지 그야말로 혀가 옆으로 빠져서는 무섭게 내달리고 흥이 오르지 않는 날에는 나무 그늘 밑에 버티고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사색을 즐긴다.
아빠와의 아침 산책은 길면 50분 가까이, 아빠가 바쁜 날에는 30분가량이다. 기쁨이와 무섭게 달리고 온 날이면 아빠는 출근길에 다리가 바들거린다고 한다.
-오전 7시 반~11시 반
아빠와 열렬한 뽀뽀의 시간을 갖고 출근하는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나면, 기쁨이는 바로 쌩하니 침대로 올라간다. 종종 아빠가 나가는 것이 몹시 섭섭한지, 문이 닫힌 뒤에 기쁨이의 눈에는 눈물이 슬쩍 고이기도 한다. 쿨쩍 눈물을 조용히 흘린 기쁨이는 꿍얼거리면서 가장 폭신하고 시원한 곳에 몸을 뉘인다. 그때부터는 내가 청소나 음식을 하든, 운동을 하든, 업무 준비를 하든 상관도 하지 않고 깊은 단잠에 빠진다. 아. 엄마를 신경 쓰기는 한다. 어느 틈엔가 부엌 바닥, 책상 바닥, 현관 바닥으로 나를 따라다니며 자는 자리를 이동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잘 자다가도 저 멀리서 영웅이가 짖는 소리가 들리면 그 즉시 일어나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길 건너 어딘가에 있을 영웅이를 향해 본인도 질세라 왕왕 짖기도 한다.
기쁨이가 잠에서 슬슬 일어나 몸을 털면, 그때 엄마는 부지런히 잘게 다진 이유식 수준의 밥을 가져다준다. 한참을 냄새 맡고 뱅글 돌다가 다시 와서 혀 끝으로 살짝 맛을 보고 또다시 거실을 한 바퀴 휘~돌며 [어미야. 오늘은 찬이 별로구나]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결국에는 본인이 배가 고파서 먹기는 다 먹는다.
-12시~1시
이 시간은 엄마와의 산책시간이다. 봄이나 가을일 때에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지만 요즘같이 푹푹 찌는 여름에는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인지 기쁨이도 멀리까지 걷지는 못 한다. 집을 나가면서 아마 기쁨이는 그날의 산책 루트를 정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문을 나서면 망설임 없이 방향을 자신 있게 결정한다. 어떤 날은 멀리 길 건너 구청이 있는 곳까지 가는데,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채소가게, 정육점, 카페, 과일가게를 일일이 다 확인하면서 간다. 이 시간은 느긋하게 걷기도 하고 냄새를 정말 많이 맡는 시간이다. 골목 중간마다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곳을 지나치면 기쁨이는 엎드리면서 무조건 버틴다. 대체 구석에 풍기는 강아지들 소변냄새가 어떻길래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을 다 돌고 나면 기쁨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다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다. 산책의 최종은 누나들 가게 중 한 곳으로 가서 조용히 쉬는 것으로 끝이 난다.(넌 쉬지만.. 난 이제 업무의 시작 시간이다)
-1시 반~오후 6시
이 시간은 이제 내가 일을 보러 나가는 시간이다. 날마다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6시 안에 먼저 퇴근하는 아빠가 있으니 기쁨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적은 편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혼자 집에 있을 때, 심심하지 말라고 내가 빈 페트병 안에다가 간식을 잘게 잘라서 넣어놓는다. 처음에는 퇴근 때마다 비어있는 페트병을 보면서 대체 이걸 어떻게 여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앞 발로 꼭 붙잡고 기가 막히게 병을 돌려서, 혹은 뚜껑을 잘근잘근 씹어서 여는 모습을 최근에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신나게 페트병으로 놀면서 간식을 즐긴 기쁨이는 우리가 문을 열기 직전까지 깊이 잠을 잔다.
-오후 7시~8시
이 시간은 기쁨이가 밥도 먹고 우리랑 놀고 안기고 애교 부리는 시간이다. 그래도 집에 혼자 오래 있었으니 우리가 오면 기쁨이는 내 곁을 떠날 줄을 모른다. 졸졸 쫓아다니면서 파고들기도 하고, 공을 물고 와서 던져달라고 기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저녁을 먹을 때 마음이 급하다. 어서 놀아달라고 저 침대 외에서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다다다다 숨바꼭질을 하고 공놀이를 하고 기쁨이가 드디어 엎드리면, 이 시간은 이제 우리 부부가 러닝을 하러 헬스장을 가는 시간이다.
-오후 9시 반~10시 반
드디어! 마지막 산책 시간이다. (와 쓰고 보니 정말 나의 하루 길다.) 기쁨이는 길레 걸을 때는 1시간을 꼬박 걷고 짧게 걸을 때에는 40분 정도 걷고 들어온다. 이 시간에는 동네 강아지 친구들도 가장 자주 마주치기도 하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연신 우리 사이를 걸으면서 번갈아 엄마아빠 얼굴을 보고 활짝 웃는 우리 기쁨이를 보면, 너의 하루가 행복하게 마무리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다. 이제 집에 와서 잠만 자면 딱인데.. 한참 신나 버린 기쁨이는 각성이 되었는지 또 공을 물고 온다. 이때 뛰어다니는 기쁨이는 그야말로 하늘을 난다. 슉슉 소리를 내며 이 방 저 방 날아다니다가 정말 정말 최종적으로는 커피나무나 숲에서 가지고 온 나뭇가지를 씹으면서 스르륵 잠자리에 든다.
이 생활을 이제 한지도 2년이 넘어간다. 강아지를 키울 때는 [귀찮다][힘들다]가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아지에게 산책은 너무나도 중요한 활동이고, 이 활동이 부족할 시에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긴, 나는 나가고 싶은데 누가 귀찮다면서 집 문을 완전히 잠가버리고 집에만 있으라고 명령한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강아지와의 삶은 [부지런함][규칙적임][운동] 이 세 가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듯하다.
오늘도 활기차게! 힘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