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쁨이가 싫어하는 날

예방접종시기의 시작

by forever Young

모든 강아지들은 1년에 1번씩 반드시 맞아야 하는 접종이 있다.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맞은 필수 예방접종과 비슷한 것인데 사람과 달리 강아지들은 매년마다 이 접종들을 해야만 한다. 기쁨이의 접종은 보통 9월부터 시작이 되기 때문에 나는 바람이 선선해지면 기쁨이의 접종날을 다시 재확인해보곤 한다.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던 [병원]이라는 존재를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기쁨이. 특히 장마철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피부질환 때문에 거의 보름간격으로 찾아갔기 때문에 이제는 완전히 이 장소를 파악한 것 같다. 병원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들어서면 바로 나를 올려다보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도살장 끌려가듯이 따라오게 되는데, 이 모습이 왠지 짠해서 이번에는 방문 전에 산책을 아주 열심히 시켰다. 디스크 관련 주사를 7군데 맞은 직후임에도 나는 절뚝이면서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아본다. 모처럼 날씨는 시원하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바람결에 따라오는 냄새에 기쁨이는 한껏 취한 채 종종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쇼윈도에 비친 녀석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평소보다도 더 크게 걷는 나의 동선에 잠시 기웃하다가도 이내 뒤를 돌아보며 [엄마!! 기분 너무 좋아!]하는 듯한 표정에 괜히 미안해지고 말았다. 1시간 뒤면 주사를 맞을 운명도 모르는 저 천진난만한 뒤통수.


기쁨존 누나 2도 만나 인사도 하고, 공원 할머니들에게도 이쁨을 듬뿍 받고, 비둘기도 쫓아가면서 기쁨이의 흥이 한껏 올라 드디어 살짝 꺾일 무렵에 우리는 어느덧 병원이 위치한 곳의 골목 입구에 진입했다. 골목에 다다르자마자 이 녀석 눈빛이 달라진다. 가뜩이나 동그란 눈이 더 커져서는 나를 바라보면서 은근슬쩍 바닥에 엎드릴 준비를 해본다. 이제 힘이 강한 데다가 엄마가 요즘 허리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아는지, 기쁨이는 고집을 부릴 때 최대한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표정을 짓는다.

병원을 가는 것인지, 아님 이것도 산책의 일부인지 잠시 헷갈린 기쁨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느릿느릿 나를 따라 이동을 하다가 병원 입구에 도착을 하자 아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거짓말쟁이..]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래도 다른 친구들과 인사도 하고 여기저기 남겨졌을 강아지들 흔적에 잠시 무서움을 잊어버리는 모습이다. 얌전하게 체중계에 올라간 기쁨이의 몸무게는 7.9kg! 지난번에 8.3kg 가까이 나와서 다이어트를 하라는 어명을 받았었는데 사료와 간식 조절을 했던 것이 먹혔는지 무려 400g이 줄어들었다! 만세를 외치며 신나 하는 내 표정에 [뭔진 모르지만 좋은 건가 보다!! 나도 웃자!!] 하고 같이 따라 웃는 우리 순진한 기쁨이. 시원하게 냉수를 한참 들이킬 무렵 들리는 [자~기쁨이 들어오세요] 하는 원장님 목소리. 물 마시는 기쁨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원장님과는 다르게 기쁨이는 재빠르게 뒷걸음을 쳤다. 뒷걸음을 치다 못해서 어서 빨리 이 문을 열고 나가버리겠다고 두 발로 서서는 문을 밀고 낑낑거리고 난리다. 의 주치의는 절대로 강아지를 들지 말라고 했지만.. 어쩌겠는가.. 애는 나가려고 용을 쓰고 뒤에서 의사 선생님은 기다리고 있는데 들어야지. 힘겹게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고는 다들 내가 환자 같단다. [저 환자 맞습니다.]

기쁨이는 선생님의 눈을 요리조리 피하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간호사 품에 얌전히 안겨서 주사 2대를 문제없이 맞았다. 깽~소리한 번 내지 않고 맞았지만 약이 들어가는 순간 기쁨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보호자로서 정말 미안한 순간이다. 그 싫어하는 발톱 자르기. 귀청소도 선생님 앞에서는 얼마나 잘 받는지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을 정도이다. 집에서 하면 싫다고 어깨를 타고 오르는 것도 모질라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갈 기세인데.. [오늘은 많이 피곤할 테니 엄마도 좀 누워있으시고 기쁨이도 아마 푹 잘 거예요.]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2주간 절대 안정이라는 내 정형외과 주치의 밀대로 집에만 있으려니 기쁨이는 나를 향해 [어서 나가라!! 혼자 있고 싶다!] 하는 듯 그르릉 한다. 잠시 누워있다가 기쁨이의 온전한 휴식을 위해 밖에 나갔다 오면서 분명 헤롱거리며 누워있을 녀석을 예상했다. 분명 예방주사도 맞았고 그런 날은 어린아이들도 피곤해하니깐!


그런데


우리 기쁨이는 예방 주사의 부작용도 이겨내는 아이였다. [쉬만 뉘고 올게요! 쉬를 내내 참았을 텐데..]하며 남편이 목줄을 딸깍 걸어주기가 무섭게 우리의 슈퍼파워 흰둥이는 무려 300m를 50m 달리는 속도로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한껏 뒤로 젖혀진 귀와 활짝 벌어진 입, 그리고 유연하게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네 다리까지. 고작 3시간 만에 모든 회복이 끝나버린 기쁨이는 남편을 끌고 동네를 이리저리 질주한다. 남편이 정말 이를 악물고 뛰어가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어찌나 웃기던지. 놀이터까지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내려오고 다시 내달리고 하는 통에 남편은 마치 솜만 빵빵한 인형마냥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흩날렸다. 혹시나 알레르기 반응이든 뭐든 부작용이 나타날까 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이렇게나 건강한 우리 강아지. 비록 아직 3번의 주사가 더 남아있지만! 엄마 아빠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선 엄마의 척추건강부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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