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강아지의 방광염

산책. 산책. 산책

by forever Young

기쁨이는 요즘 방광염 호전을 위해 고전 중이다.

평소에도 기본적으로 3번의 산책을 나가는 기쁨이는 이따금은 하네스를 걸기 싫어서 요리조리 피해 다닐 때가 있다. 켄넬로 깊이 들어가서 버티기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몸을 뒤집어버리고 꼼짝을 하지 않는다. 한 번은 너무 깊이 잠이 들어버리길래 우리가 너무 많이 나가서 그러는 건가.. 싶은 마음에 저녁 산책을 넘어갔다. 그 이후로도 너무 춥거나, 혹은 잘 쉬고 있으면 몇 번 저녁 산책을 생략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의 결과는 방광염으로 막을 내린다. 초음파상에 보이는 기쁨이의 방광에는 정중앙에 염증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아마도 꽤나 아팠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어찌나 미안하던지.. 요 근래 자꾸 집에서 잠을 잤던 것은 아파서였구나. 선생님의 처방은 항생제 1주일치와 잦은 산책을 통해 배변을 수시로 시킬 것이었다.

자주라면 대체 얼마나.. 지금도 3번은 꼬박 나가려고 하는데.. 이런 의문이 들 때 평소 자주 뵙던 기쁨의 친구 견주분께서 해답을 주셨다. 그분은 2마리의 비숑을 키우고 계시는데 심한 방광염을 겪은 이후로는 시간을 정해서 4-5시간마다 꼭 한 번씩, 무려 새벽 2시에도 나가서 배변을 시키신다는 것이다. [기쁨이 엄마는 당분간 어디 멀리 얘 두고 가거나 일찍 잠드는 건 힘들 거예요.] 하며 허허허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찔했지만.. 어쩌겠는가. 애가 아프고 회복을 하려면 잦은 배변은 필수라는데 해야지.


요즘들어 점점 헬창같아지는 너의 체형




그날부터 산책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그리고 늦은 오전, 일을 나가기 직전, 저녁, 그리고 늦은 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나누어서 총 5번을 나가게 되었다. 말이 5번이지 정말 잠깐 집안일하면 나갈 시간이고, 잠깐 애들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여지없이 알람이 울린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아픈 애는 오죽 괴롭겠나.. 인간이 책임을 지고 데려왔으면 책임을 지고 아픈 부분을 해결해 주어야지. 그리고 나갈 때마다 기쁨이는 정말 보기만 해도 개운할 정도로 배변을 했다.


우리가 또 습관을 들여야 할 부분은 바로 물 마시게 하기이다. 사람도 방광염이면 물을 자주 마셔야 하는 것처럼 강아지도 똑같다. 나는 밥을 먹고 나면,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산책을 갈 때와 돌아올 때 기쁨이를 바라보며 물! 을 말한다. 처음에는 잘 안 마시던 기쁨이었지만, 마실 때마다 칭찬을 해 준 덕분에 상황을 이해했는지 이제는 물! 하면 알아서 할짝할짝 물을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미소짓는 찰나
산책으로 인해 시커멓게 된 발

남편은 집에 와서도 늘 산책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평소라면 11시 전이면 잠이 들었지만, 이제는 마지막 12시 정도에 있는 마지막 산책을 위해 졸린 눈을 견뎌가며 어두운 겨울밤을 향해 나아간다. 이게 맞나.. 싶긴 했지만, 한 번 12시에 안 나가면 기쁨이는 새벽 가운데 일어나서 우리 몸 위로 올라와 시위를 벌인다. [일어나요!!!기쁨이 쉬 마려워요!!] 하하.


바로 그저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초음파 상에 보이는 방광에는 전에 비해 한참 작아진 염증이 보인다. (얼마나 안심을 했는지 모른다.) 선생님은 회복 속도가 빠르다며 다시 약과 함께 [지금 하는 것처럼 산책할 것!]이라는 처방을 내놓으신다. 음.. 이제 우리는 이 5번 산책이 그냥 일상이 되겠구나 싶다.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모습
산책 후 꿀잠

확실히 기쁨이는 방광염이 호전될수록 잠이 줄고 노는 시간이 늘어났다. 낮에도 공을 물고 오거나, 동네 친구를 만나 온몸으로 기분 좋음을 표현하며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내 허리 통증이 호전되어서 다시 뛰었던 날만큼이나 기쁜 감정이랄까.

우리는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배워나가고 있는 견주구나 싶었던 요즘이었다. 그리고 아팠을 텐데 낑소리 한 번 없이 그저 앉아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을 착하고 짠한 기쁨이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 오늘도 기쁨이는 가장 사랑하는 50kg이 넘는 단짝 친구를 만나 신나게 놀고 들어왔다. 미소를 짓고 꼬리까지 치면서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너의 오랜 행복과 건강을 위해 내가 더 노력할게. 그저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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