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들의 일상
그토록 무덥고, 이게 가을인지 여름인지 모를 날씨를 지나 드디어 겨울이 왔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겨울을 정말 좋아해서 이 추운 겨울이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물기를 바라던 어린이 었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더더욱 여름이 싫어졌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더운 습도와 싸워가며 하는 산책은 정말이지 고역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나의 소원을 하늘에서 들으신 건지.. 겨울이 와도 너무 확실한 겨울이 왔다. [한파]라는 친구까지 데리고 말이다.
서늘하다 못해 추운 날씨에 기쁨이의 산책시간도 짧아졌다. 강아지가 한파에 오랜 시간 밖에 있으면 심장에도 좋지 않다고 하여 우리는 보통 나가서 30분가량 짧게 걷고 돌아온다. 물론 30분의 걷기가 끝나고 바로 오지 않고, 주변의 예쁜 사장님 누나들과 인사하며 미소를 날려주고 온다. 난 기쁨이를 통해서 강아지도 외모를 본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예쁜 누나를 보면 평소에 시큰둥하던 기쁨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뿐이면 다행이게.. 그야말로 옆에 붙어서 얼굴을 바라보느라 자기 목을 있는 힘껏 쭉 빼고, 혹은 옆으로 틀고 있어서 민망할 지경이다.
남자분들을 경계하는 기쁨이지만, 말쑥하고 잘생기고 키 큰 형아들을 보면 슬그머니 다가가서 냄새를 맡고 관심을 끌려고 주변을 뱅뱅 돈다. [우리 애가 남자를 경계합니다.]하는 나의 말이 무색하게 손을 핥고 눈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강아지나 사람이나 예쁘고 잘생긴 사람 좋아하는 건 다 똑같다.
거의 1년 만에 기쁨이는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말끔한 모습이 되었다. 털이 잔뜩 오른 모습도 너무 귀엽지만, 자꾸만 속에서 엉키는 털을 내가 버티지 못해 전문가분께 엉킨 털관리와 미용을 부탁드렸다. 세상 슬림해진 우리 기쁨이. 대체 8.5kg이라는 무게는 어디에 분포되어 있는 무게인지 도통 모르겠다. 분명 무게는 나가는데 다들 왜 그만큼 나가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대다수다. (기쁨이는 근수저였던 것인가!!)
하필이면 털이 가장 짧은 시기에 찾아온 한파라서 기쁨이는 산책을 나갈 때 온통 무장을 한다. 상. 하의와 아우터 그리고 스카프까지. 이렇게 입혀놓고 보면, 옛날 유치원 우리 반 아이들의 패션과 꼭 닮아있다. 너무 답답한가 싶더라도 좀 얇게 입히면 금세 복부가 차가워지니 서로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꼼꼼히 입혀서 나간다. 낮에는 괜찮은 과정이나, 오늘 새벽같이 소변보고 싶다고 우리를 깨울 때는 비몽사몽으로 하나하나 입혀야 하는 것이 좀 힘들긴 하다.
기쁨이 엄마인 나는 본래 쉬는 날에도 늘 무언가를 하던 사람이었다. 휴직기간에도 시간표를 짜서 생활을 했던 나였기에, 다들 왜 눕는 시간이 없냐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이 한 번 허리가 나가버리고 나니, 야금야금 아이들 수업을 하면서도, 반찬을 한다고 좀 오래 서있기만 해도 바로 드러눕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날씨가 추워지고 나니 나는 허리에 적외선 보호대를 차고 누워있거나 쿠션에 기대어서 책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싶을 만큼 남들이 그간 눕고 뒹굴거렸던 시간을 한 방에 쓰기라고 하는 요량으로 이 초겨울을 맞이한다. [30분가량 뛰고 천천히 오래 걸을 수는 있으나, 숙이고 앉으면 아픕니다.]라고 말을 하면 아마 이해가 안 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ㅎㅎ 말하는 나도 핑계로 보일 수도 있겠단 마음이 드니까 말이다. 요즘 누워서 요리조리 허리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고 있으면, 어느 틈엔가 기쁨이는 내 곁에 붙어서 팔자 좋게 코를 그르릉 그르릉 곤다. 이 귀여운 생명체를 위해서라도 나는 정말 이 허리 오래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