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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Aug 06. 2022

왜 우리만 머리망 해요?

대학병원 실습 2번째 이야기

라떼의 고등학교는 염색과 펌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졸업식 때 다들 화려한 변신을 해서 온다. 그리고 더 화려한 대학생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하지 않겠나? 하지만, 치위생과는 다르다.

치과에서 근무해야 하는 특성상, 실습시간에는 실습 가운을 입고, 머리망을 하고 매니큐어는 바르면 안 된다. 심지어 교과서에는 화장을 옅게 하고 액세서리는 작은걸 해야 한다는 구절도 있다. 어떻게 보면 병원이고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실습 때도 단정하게 하고 가라는 주의사항을 받고 나가게 된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반전.

위생사 선생님들은 머리망을 했거나 최소한 머리를 묶었고 네일아트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인턴, 레지던트, 의대생들 중 아무도 머리망을 한 사람이 없다. 심지어 단발머리가 환자 입안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흘러내린다. 

손톱은 현란한 네일아트에 심지어 길이도 길다. 귀걸이는 치렁치렁하고 턱까지 내려온다. 이 상태로 본인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진료를 한다.

남자 의사들은 술냄새가 풍겨오고 머리도 안 감은 상태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사진 찍어 병원 달력도 만들더라. 그러니까 의사들에게 액세서리나 외적인 것은 아무 일도 아닌 거였다. 


원칙과 현실은 물론 다르다. 그래도 너무 달랐다. 

의사와 위생사. 직종이 차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너무 서양적인 사고를 했나 보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당

시의 내가 느끼기엔 계급의 차이가 느껴졌다. 


실제로 진료를 보다 보면 이런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손톱은 글러브(의료용 장갑)를 끼면 해결될 문제고 머리카락은 입안에 들어가지 않게 단정하게만 하면 되고 화장이야 어쨌든 진료 보는데 상관이 없으며 염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머리는 감아야 한다고 술냄새는 안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망은 필수가 아니며 실제로 머리망을 하는 치과도 많이 없다. 머리망을 하지 않아도 단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드라마만 봐도 의사, 간호사가 문신하고 염색하는 것도 종종 보인다. 실제 진료를 보는데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틀에 맞추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치과라는 환경,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한 똑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진료를 같이 보며 환자를 대하는 한 위생에 관한 규칙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종의 차이로 위생에 대한 규칙을 다르게 적용하지 말고, 진짜 필요한 규칙들을 같게 배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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