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영 Apr 28. 2020

나도 작가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나의 삶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이 마치 지구를 녹여버릴 것 같았던 7월 어느 날, 문득 20여 년 전에 깊숙이 묻어두었던 낡은 펜이 생각났다. 그동안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그래서 늘 마음 한편이 텅 비어있었던 난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한동안 상념에 젖어있었다. 그리고는 곧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짜 맞추기 시작했고, 그렇게 내 삶의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당시 창밖의 세상은 숨이 컥 막히는 찜통 같았고, 안은 피가 차가운 사춘기 녀석들이 떡 버티고 있던 터라 방안에 틀어 박혀 조용히 글을 쓰면서 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게 너무도 행복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지났을까? 원고가 거의 완성되어 갔고, 읽고 또 읽어도 나름 재미있었다. 글쎄, 모르겠다. 내 삶의 얘기라서 나만 재미있게 느껴졌던 건지……. 드디어 원고가 완성되고, 무슨 용기였는지 각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끝없이 펼쳐진 인터넷 바다를 항해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낚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은 출판사에다가 투고를 해놓는 것이 좋다는 말에 100군데가 넘는 출판사에다가 전부 투고를 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간간히 들어오는 출판사 답변에는 자비 내지 반자비 출간 의향을 묻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만을 위한 잔치를 벌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출판사는 ‘출판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휑한 답변뿐, 아예 답변조차 없는 출판사들이 수두룩했다. 그야말로 벽이었다. 이후로 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본격적으로 인터넷 바다를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예전과 달리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출판에 있어서는 더욱더.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지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굳이 펜 앞에서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냥 내 생각을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내려가면 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진솔한 나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삶의 노래 가운데 가장 아팠던 한 덩어리를 꺼내서 하나하나 풀어내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래서 더욱더 처절했던 첫째 아이의 사춘기 얘기를.


 지금 생각해도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물론 당시 그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깨달았던 부분들이 많았기에 이렇게 세상에 전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편안히 쉴 수 있는 나무 같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래서 늘 당연한 거였고, 더 많은 것들을 원하면서 나무는 점점 시들어갔다. 급기야는 뾰족한 가시들을 내뿜으며 나를 마구 찔러댔다. 너무 아팠다. 그리고 그 아픔은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고스란히 글로 표현되었다. 예쁘게 포장될 수 있는 나를 과감히 찢어버리고 그 안에 있는 진정한 나를 드러낸 것이다.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첫째 아이가 돌변하면서 바뀌어가는 가정 분위기,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 행복해지고 싶었던 나의 처절한 몸부림, 아이의 어린 시절 회상, 엄마를 생각하며 돌아보는 나의 성찰의 시간들, 그리고 서서히 다시 돌아오는 첫째 아이……. 내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내 삶의 한 덩어리를 다 쏟아냈다. 정말이지 잔인하리만큼 치가 떨리는 ‘사춘기’ 앞에서 내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두어 달 정도 지났을까? 내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다 끌어내어 쏟아내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결혼 전 글쟁이로 살아온 나의 삶은 이후 뭔지 모를 갈증으로 늘 목이 말랐다. 그런데 그 목마름이 바로 글을 쓰고 싶었던 욕구였던 것이다. 진작 깨닫지 못하고 그동안 방황했던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행복을 느끼고 있는 지금이다. 내가 쓴 글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앞으로 글을 쓰는 이유가 될 것이다. 지금껏 그냥 막연하게나마 글로써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곧 세상 밖으로 나올 사춘기 얘기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 브런치 서랍에 넣어둔 사춘기 관련 글을 맛 배기 식으로 한편씩 올리고 있는데, 그 글들이 부디 사춘기 아이로 힘든 부모님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사춘기! 그것은 어떻게 보면 병아리가 알을 깨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알을 깨부수고 나오는 병아리도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닭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안간힘을 쓰면서 알을 깨부수려는 병아리가 안쓰럽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 요란해 꼴 보기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린 병아리도 언젠가는 성숙한 닭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 브런치에는 50여 년을 살아온 내 삶의 노래들이 담겨 있다. 비록 그 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난 그 노래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녹여낼 것이다.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이 질리지 않듯 작가로서의 삶 역시 나를 포장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얘깃거리들, 지금도 난 그런 우리네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춘기 엄마 처방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