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 떠 있는 가장 작은 마을 <비행기>
비행기. 상공을 떠 있는 하나의 작은 생활공간.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그 생활공간에서 백 수십 명 남짓한 사람들은 먹고, 자고 심지어 싸기까지 한다.
비행기를 떠올리면 대학에서 들었던 건축 환경 수업이 생각난다.
그 당시 한 학기 팀 프로젝트 주제는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은 어떻게 건축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가'였다. 지상, 지하, 그리고 수중에서 집을 짓는다면 어떻게 적절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지 저마다의 논리로 풀어나가 보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우리 팀은 지상 10km라는 선택지를 부여받았다. 그곳은 온도도 기압도 지표보다 한참 낮다. 단열이 아주 중요해질 것이고, 공간을 적정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다. 기압도 1 기압보다 훨씬 낮다는 건 산소도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왜, 높은 고산지대에 가면 고산병이 따라오지 않나. 그러니 적정 기압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도 만만치 않을 테다. 온도와 기압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환기가 필요하니, 이런 장치를 어떻게 고안할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해야 했다.
우리 팀은 나름의 논리로 풀어내 프로젝트를 완성시켰지만 사실 많이 헤맸다. 학기가 끝날 때쯤, 교수님은 모범답안을 제시해주셨는데, 바로 비행기였다.
아, 비행기. 왜 비행기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일등석은 호텔의 객실보다 좋다던 바로 그 비행기. 그것만 떠올렸다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나는 그 수업을 듣고 난 이후 비행기를 탈 때마다 상상을 하곤 한다. 만약 인간이 상공 10km에 살아야 한다면, 살 수 있을까? 평생을 지면과 뚝 떨어진 이 곳에서 산다면.
비행기 기체 내 온도는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비행기 내 공기는 1.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고 -> 2. 공기 냉난방 장치를 통해 200도까지 가열 및 멸균시킨 후 -> 3. 공기 청정 장치인 헤파 필터를 통해 한 번 더 거른 상태로 기내에 공급된다.
(출처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130004003)
그렇다면 기압 조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비행기 내부에는 여압장치가 있다. 높은 고도에서는 기압이 낮기 때문에 항공기 내부의 기압을 조절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비행기 창문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도 기압을 조절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비행기가 기압이 낮은 고도를 비행할 때 바깥 면 유리창은 물리적으로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때 중간 창문의 ‘블리드홀(bleed hole)’이라고 불리는 이 작은 구멍이 비행기 바깥과 내부의 기압 차이를 적당하게 유지해 사고를 방지한다고 한다.
(출처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04/2016040402130.html )
결론적으로는 우리는 상공 10km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비행기로 그것을 증명해냈으니, 적절한 에너지원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 물론 따지고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무거운 기체를 하늘에 둥둥 띄울 수 있었던 인간이라면, 상공 10km 에서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상상해본다.
* 혹여 본문 내 틀린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 비행기는 대류권계면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분명히 기상 이변이 없고 안정적인 성층권을 날아다닌다고 배웠는데 말이야.. https://m.blog.naver.com/karipr/221771291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