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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Oct 04. 2021

불확실성의 산물, 불안

<불안>

결국 모든 불안의 원인은 불확실성에서 온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 내 통제 밖의 일들, 그리고 그 일로 일어나는 예상 밖의 상황들로 인해 불안을 느끼곤 한다. 




# 1.

취업 준비를 할 때 불안은 최고조를 달렸다. 나는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나를 감싸고 있던 울타리가 사라졌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황무지에 혼자 놓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떤 결과도 쉽사리 예측이 되지 않았다. 조금 걷다 보면 가게도 나오고, 사람도 만나고, 황무지에서 초원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걸어도 황무지였다. 계속되는 좌절에 불안감은 커져만 갔고, 도대체 이 황무지는 언제 끝이 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그땐 그랬지.'하고 좋게 추억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다. 이때가 딱 그랬다. 예측되지 않는 하루하루의 중심에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차라리 호되게 아프고, 크게 데이는 게 훨씬 나았다. 이런 피 말리는 불안 속을 걷는 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2.

그리고, 요즘 반갑지 않은 이 '불안'이라는 친구가 자주 나를 찾는다. 


최근,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와 협업할 일이 잦았다. 이런 경우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그런 불안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상황에 수많은 if를 붙여보고, 내 나름의 해결책을 내려본다. 만약 이 부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다가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건 나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그냥 아무 일 없이 잘 끝나게 해달라고 기도라고 하는 게 효율적인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 가득 안고서 잠에 들고,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마음 한구석에선 발을 동동 구른다.




불안해지면 온갖 감각들이 곤두선다. 입술을 물어뜯고, 손톱 옆 여린 살을 물어뜯어 피가 나기도 한다. 입맛이 뚝 떨어지고, 배가 아프기도 한다. 미간에 주름이 잔뜩 패이고 눈꼬리엔 긴장이 한가득이다.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플랜 B를 세워봐도, 때론 한 끗 차이로 내 시뮬레이션은 박살 나고, 플랜 B는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불안을 해소하려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 불확실성을 확실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전혀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은 아무리 껴안고 있어도 도통 면역이 생기질 않는다. '괜찮아. 잘 될 거야.' 같은 위로는 불안을 잠재우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불안을 끌어안고 벌러덩 나자빠지곤 한다. 아- 어떻게든 되겠지. 말을 하면서도 불안은 가시질 않지만,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3일 연휴의 끝이 다가오고,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며, 10월 내로 이 일들을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어차피 맞닥뜨려야 할 불안이라면 출근 후에 맞닥뜨리기로 한다. 아-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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