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장, 시민의 교양

읽으면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두 가지.

by 민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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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은 글을 잘 쓰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글 쓰는 방법은 명확하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큰 틀을 잡고 주제를 그 틀에 맞게 정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나와 꽤나 잘맞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방식과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택한 두 가지 개념은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다. 이러한 틀 두 개를 잡은 후 세금, 국가, 자유, 직업, 정의, 교육, 미래를 다룬다. 뭐 예를 들면 이런거다. 세금을 삭감하고 작은 정부를 만드려는 건 시장의 자유를 바탕으로,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하는 건 정부의 개입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야경국가와 복지국가의 개념도,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도 그 밖에 여러 가지 개념들을 이 두가지 틀로 설명한다.


그는 이 틀을 사용하여 기본적인 지식도 아주 친절히 설명해준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등.. 이 세상에 무슨 주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늘 갈피를 못잡고 해맸었는데 이 책 덕분에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세금이나 국가의 종류 또한 잘 설명해주었다.

내가 가장 후련했던 건 ‘미래 – 화폐’ 파트 (경제학적 측면)였다. 매번 신문기사를 읽을 때, 금리가 어쩌구, 인플레이션이 저쩌구.. 내가 오직 이해할 수 있는 말은 ‘장기불황이 계속 될 전망이다.’ 이 정도였는데 이 책이 나의 무지함을 조금 해소해 준 것 같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설명을 친절히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내가 계속 불편했던 건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라는 단어 자체였다. 이렇게 느꼈던 이유는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읽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저 두 가지 단어를 보면 시장의 자유는 긍정적 느낌이, 정부의 개입은 부정적 느낌이 들지 않나. ‘개입’이라는 뜻을 찾아보았더니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 끼어듦” 이라고 한다. 개입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는 자체가 좀 별로다. 우리는 보통 ‘최순실 국정 개입’, ‘국정원 대선 개입’ 등의 상황에서 개입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나. 아무래도 잘못된 프레임속에서 놀아나고 있는 기분이다. 정부의 개입이라는 말은 진보적 가치를 담고 있는 말인데, 진보적 가치가 [정부의 개입]이라는 말 안에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로 불편했던건 지나치게 이분법 안에 밀어 넣으려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다. 지대넓얕 1,2권을 모두 읽어봤던 나였기에, 이것이 채사장 특유의 설명방식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는 점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이 두 가지 틀 안에 집어넣으려 하니 책을 덮을 때 즈음엔 비슷한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독서를 하는 것이 지치기도 한다. 내가 ‘정부의 개입’이라는 단어에 언짢음을 느껴서 그런 건가.


이른바 내가 ‘프로불편러’인가 싶기도 하고, 책도 많이 안 읽는데 유난떠는 것 같아서 별로기도 한데, 어쨌든 내가 솔직하게 느끼기엔 이렇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건가.

복잡했던 개념들을 단순화 시켜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불편한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서 날 혼란스럽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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