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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Jul 18. 2022

어려워. 선물 고르기.

<선물>

카카오톡에 누군가 생일이라는 알림메시지가 뜬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탭을 켜서 선물들을 쭉 둘러본다. 


기프티콘은 너무 가볍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라면 가볍게 기프티콘을 보냈겠지만 생일에는 왠지 보내고 싶지 않았다. 너무 캐주얼해서 오히려 선물의 의미가 바래지는 느낌이다. 


스크롤을 내리니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핸드크림들이 즐비해있었다. 이건 크기가 너무 작고, 이건 용량이 별로고. 이건 향이 내 맘에 안 드는데. 기왕이면 선물이 내 마음에 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물을 할 때도 마음이 찝찝하니까. 


갖가지 탭을 오가면서 생일 선물이 될만한 것들을 둘러본다. 오, 이거 예쁜데. 일단 내 맘에 드는 선물이긴 했다. 근데 이 친구가 이걸 좋아했던가? 친구는 자취를 하는데. 자취하는 데는 이게 별로 필요가 없으려나? 괜히 짐만 되는건 아닐까? 친구가 꼭 필요할만한 것, 그리고 받고서 좋아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는데. 


친구와 제법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생각보다 친구의 취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친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선물을 좋아하는지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끌어안고 또다시 스크롤을 죽죽 내리다보니 내 마음에도 들고, 친구에게도 필요하고, 친구도 꽤 좋아할만한 것이 눈에 띈다. 예쁜 그릇 두 개였다. 근데 가격을 보니 영 예쁘지 않다. 그릇 주제에 뭐 이렇게 비싸담. 선물 한 번 살 때 백만원 씩 턱턱 낼 수 있는 재력이었다면 그리 고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정도 부자가 아니니 내가 고를 수 있는 선물의 범위는 더욱더 좁아진다. 하는 수 없이 또 다시 스크롤을 내린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탭에 있는 모든 물건을 뒤져볼 기세로 스크롤을 내리다가 적당히 현실에 타협한 선물을 골랐다. 내가 선물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예뻤고, 내 생각엔 친구에게도 꽤 필요한 물건일 것 같았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선물을 친구에게 보낸다. 어차피 내가 고른 선물을 나는 볼 수도 없었다. 직접 쓴 카드 대신 카카오톡 메세지가 대신 전송되고 터치 몇 번에 금방 결제가 완료된다. 참으로 간편하고 군더더기 없는 과정이다. 머리를 싸매가며 고민했던 순간들이 덧없이 느껴질만큼 결제와 전송의 과정은 신속 정확했다. 


친구는 고맙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음에 들었는지, 그것이 친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물어봤자 착한 나의 친구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게 뻔했다. 나는 부디 친구가 그 물건이 마음에 들었길 바랐다. 그저 고른 선물이 아니라고, 보내는 과정이 간편하다고 해서 고민했던 순간들이 간편하지는 않았다고. 몇 번이나 너를 떠올렸던 순간들이 모여 정해진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괜히 생색내는 것 같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요즘은 무얼 갖고 싶느냐 먼저 묻는다. 편하게 정해주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다. 그럴때면 위와 같은 고민을 또다시 시작한다.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별 수 있나. 나는 정말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걸.



여전히,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선물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그 전달에 어떤 감정이 실려야 하니까, 그래서 선물은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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