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따뜻함이 소중해지는 계절에 생각나는 이야기

by 민진킴

아무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고 싶었다. 가볍게 책장을 넘기되, 따뜻한 이야기였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한국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서관 서가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신경숙 작가의 책이 모여있는 곳에 발이 다다랐다. 책의 제목들을 쭉 보다가, 신경숙 작가가 이런책도 썼나?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분위기는 신경숙 작가와 많이 달랐다. 나는 신경숙 작가의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그녀가 써오던 책들은 어딘가 어두우면서 신비로운 분위기, 미지근한 안개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평소 신경숙 작가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이 책속의 이야기들은 모두 따뜻하고 다정했다. 중간중간 그녀만의 유머도 심어놓았다.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 ‘다른 작품들에도 쪽지 같이 유머들을 곳곳에 숨겨놓았으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여 아무래도 자신은 그런 것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전한다. (사실 그녀의 전작 소설들에서 유머코드를 발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굳이 노력하여 그 쪽지를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참으로 일상적인 이야기에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가끔씩은 픽-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심지어 중간중간 보이는 삽화마저 어찌나 예쁘던지 귀여워-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더라.



26편의 짧은 소설들은 모두 5분안으로 다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이고,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따뜻하고 소박하다. 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애초에 감동코드가 가득한 그런 종류는 쳐다 보지도 않지만, 당황스럽게도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공공장소라 차마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냥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였는데 왜 나는 눈물이 났을까? 그렇게 따뜻함에 목말라 있었나? 이번 겨울은 유독 추웠기 때문인가? 그렇게 감동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눈물이 나다니, 참 신기했다.

당신의 한순간에 달빛처럼 스며들어 내일의 그리움으로 빛날 이야기들을, 이 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


작가가 전하는 말이다. 내 생각에 이 책은 뜨끈한 온돌방이 주는 온기처럼 스며들고, 겨울에 함께하면 좋을 책이다. 따뜻함이 소중해지는 계절에 괜히 마음을 몰캉거리게 만든다. 나는 그동안 어떤 일들이 나를 따뜻하게 해주었나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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