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슬프다. 취미는 평가받지 않지만 일은 평가받으니까.
다들 막연히 '취미가 직업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반은 기쁘고, 반은 슬프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면 말 그대로 기쁘긴 하겠지만 이제 그것은 순수한 의미의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미는 평가받지 않지만 일은 평가받는다. 즉, 취미는 못해도 상관없지만 일은 잘해야 한다.
나의 소소한 취미 중 하나는 책을 읽고 나름의 의미 있고 작은 글을 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고 그것은 나의 글쓰기 태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
바뀐 게 있다면 세 가지 정도다.
과거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 제목과 소제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간결하고 최대한 주제를 잘 드러내면 그만이었다. 메인 이미지는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지정했다. 글의 내용이 짧던 길던 기록 했다는 것에 만족했고 댓글이나 공유가 되면 좋은 것이고 아니어도 별 상관이 없었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 브런치의 '통계' 메뉴에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냥 심심풀이로 쓰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제목과 소제목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이 정도면 메인에 오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적당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다. 맞춤법 검사를 실시하여 오타를 찾아내고, 발행한 이후 통계 탭에 가서 끊임없이 조회수를 확인한다. 메인이라도 오르는 날엔 어떤 채널, 어떤 섹션에 내 콘텐츠가 올랐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그냥 올리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제 그게 안되더라. 콘텐츠를 올리고 '반응'을 보는 것이 당연해졌다. 글을 올릴 거라면 이왕이면 내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메인에 올랐으면 좋겠다. 솔직히,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의 반응도 좋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는 매개체가 하나 더 늘었으니 좋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글을 업로드하고 끊임없이 조회수를 확인하는 나 자신을 보면 현타가 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메인에 오르던 말던 그냥 내 글을 올렸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의 판단은 정말 빠르고 본능적이다. 그래서 글을 올리고 난 뒤, 내 글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놀랍도록) 글을 신중히 읽지 않고 무언가에 대한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혹시 내가 오해할만한 단어를 쓰진 않았는가, 이 글을 읽고 나의 이미지 혹은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지진 않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내 글을 읽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최대한 나를 드러내 보이며 솔직한 글을 쓰고 싶지만 그것이 언젠간 부메랑이 되어 날아와 나를 다치게 할까 무섭기도 하다.
나는 올해의 목표를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라고 정했다.
원래 한 해의 목표를 잡아두지 않는 성격인데, 올해 초 누군가 나에게 '올해 목표'에 대해 물었고 얼떨결에 ‘많이 읽고 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도 모르게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직업으로서 읽고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라 그랬나 보다.
어쨌든 입 밖으로 던진 말을 지키려는 노력과 스스로가 조금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해져 나 자신을 자꾸 몰아세우게 된다. 하루 종일 빈둥빈둥 누워있었던 날엔, '넌 오늘 아무것도 안 했어. 그 시간에 책을 읽었어야지!' '그 시간에 밀린 일기라도 썼어야지!'하고 꾸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능력에 발전이 없는 것 같아 자꾸만 몰아붙이게 되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읽고 쓰는 것은 그저 나의 취미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취미가 직업이 되니 이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것. 사실 누군가는 꿈꾸는 일 일 수도 있다. "취미로 돈도 벌다니!"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되면, "취미로 돈을 벌어야 한다니..."로 바뀌게 된다.
이 글은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올리겠노라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역꾸역 써 내려간 글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써왔던 글인데 마무리짓지 못했던 글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하나의 글로 빚어내니 마음 한구석이 후련하기도 하다. 이것이 취미이던 직업이던 앞으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