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의 대화
- 나는 썰전 애청자이다. 두 분이 하시는 말씀이 참 재밌어서 언젠가 두 분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전원책 변호사의 책은 좀 어려워 보여서..일단 유시민 작가의 책부터 읽기로 했다.
- 작가는 책에서 “말과 글은 사람의 세계관과 철학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 책도 역시 ‘유시민스러움’이 묻어난다. 자꾸만 귀에서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썰전에서 듣던 그 말투, 경상도 억양이 잔뜩 묻은 그 목소리가 내 귓가를 때린다. 표현의 기술이란 제목 밑에 ‘유시민과의 대화’라는 소제목을 달아주고 싶다.
- 그는 가장 중요한 본질을 지적하며 글을 시작한다. ‘글을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한 글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에 대한 답으로“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얼마 전 나도 나의 방식대로 생각해서 정리했던 것들이 책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방식대로 정리되어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 글을 쓰는 소재·방식·목적 등에 대해 내 생각과 그의 생각을 비교해가며 읽으니 꽤나 재밌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비슷한 주제로 고민하고 글을 쓰던 시기에 읽게 되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유 작가는 ‘나’를 아는 것이 글쓰기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진부하지 않고 창의적인 글을 쓰는데는 '나’를 아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스스로를 아는 것은 고대부터 엄청나게 중요한 쟁점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내가 누군지 도저히 모르겠다. 기업마다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자신을 알기위해 일생을 고민했던 옛사람들이 들으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싶다.
-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자기소개서, 서평, 회의록, 독후감 등)의 글쓰기 팁, 그리고 표현의 다양한 방식(악플, 표절 등)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글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정훈이 작가의 만화도 함께 있는 책이다. 만화+책인 셈이다.
간혹 이야기를 설명하다가 현 (혹은 전) 정부에서 시행했던 정책들에 관한 이야기나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나오는데, 가감없이 얘기하고 있어서 더욱 재밌다.
-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 전문적 서적은 너무 어렵지만 이것저것 잡학다식한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는 않아서 아주 괜찮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