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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Dec 27. 2021

내가 만약 아빠라면

제나 이야기


내가 만약 아빠라면

-아빠와 함께 짧은 여행


         

내가 만약 아빠라면

열일곱 살 딸과 함께 여행할 때

시크한 척할 거야

말을 줄이고

딸이 좋아하는

마카롱을 준비할 거야

남자 친구 있느냐는 질문, 접어두고

학교 시험 묻지도 말고,

나중에 뭐하고 싶어? 

어색한 질문도 주머니에 넣어두고


내가 만약 아빠라면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진 않을 거야

나라 걱정도 하지 않을 거고

경제도 그냥 굴러가게 놔둘 거고

부동산이나 주식도 하루쯤 놔둘 거야

누구누구 흉도 안 볼 거고

그냥 갈 거야

무덤덤하게


수족관, 혼자 갈 거야

박물관, 미술관 모두 혼자 갈 거야

내가 만약 아빠라면

딸의 카톡 사진을 살펴보고

좋아하는 장소를 살펴볼 거야

내가 만약 아빠라면

친구들과는 너무 비싸서 못 갔다는

멋진 카페에 데려갈 거야


좋지?

라고 묻지도 않을 거고

맛있지?

라고 묻지도 않을 거고

물이 떨어지면 슬쩍 떠다 주고

빵 부스러기가 있으면 치워주고

음료가 필요한 것 같으면 리필해주고

그다음 어디로 갈지 다그치지도 않을 거야

딸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를 잡을 거야


물론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내가 만약 내 아빠라면 그렇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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