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카프카, 문학동네, 2005
그레고르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성실하게 일했다.
벌레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벌레로 잠이 깬 그날 아침, 그는 방문을 걸어 잠갔던 것이 다행이라면서도 방문을 열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어떻게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맑은 소리를 내며 열린 방문. 그에겐 어떤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벌레의 몸, 벌레의 언어는 현실과 통하지 않았다. 그의 능력을 검증하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는 그의 방으로 쫓겨 들어갔다.
이렇게 닫힌 방을 사이에 두고 그는 벌레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없는 현실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레고르의 적응은 더뎠고, 가족들의 적응은 빨랐다.
그는 닫힌 방에서 바깥을 그리워했고, 가족을 추억했지만, 가족은 그에 대한 기억을 밀어냈다.
그레고르가 변신한 지 한 달쯤 되는 어느 날, 그의 방을 드나드는 것을 전담하던 여동생 그레테는 벌레로 변한 그에게 방 안에서 사방을 돌아다닐 자유를 주기 위해 가구들을 모두 치워버리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그대로 놓아두기를 원했지만 결국 여동생을 돕는다. 그는 두려웠다.
벌레로서의 자유를 얻는 대신, 인간으로서의 과거를 잊게 될까 봐. 그래서 마지막 남은 그림만은 지키고 싶었다. 그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어서 얼룩처럼 벽에 붙어 있었건만,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기절하고 여동생은 어머니를 돌보느라 기진맥진해 있을 때, 하필이면 그의 아버지가 들어온다.
그는 그때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분노한다. 들고 있던 사과를 마구 집어던진다. 사과 하나가 그의 등에 깊숙이 박혀버린다.
그는 이제 썰렁한 동굴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되었고, 등에 박힌 사과로 인해 한 달 넘게 고생했다.
사과는 이 사건이 남긴 상흔이었지만, 보상은 있었다. 거실 쪽 문이 열린 것이다.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방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음식 부스러기나 실밥들이 나뒹굴고, 벽에는 얼룩이 심해졌다. 가족들은 '가장 그레고르'가 없는 가계를 꾸리기 위해 하숙을 놓게 된다.
그의 닫힌 방이 열린 사건은 그들과 관련이 있다. 하숙생 세 남자는 가끔 거실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래서 거실로 향한 문이 닫혀있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은 파출부 할멈이 거실로 통하는 문을 약간 열어둔 것이다.
그날 저녁, 부엌 쪽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여동생 그레테의 연주였다. 그레고르는 바이올린 소리에 마음이 끌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등과 옆구리에 머리카락, 음식 부스러기 등을 붙이고 다녔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일에 무관심해졌다.
그는 동생의 연주를 따분해하고 있는 하숙인들과는 달리 음악에 감동하여 앞으로 기어나갔다.
그는 그레테의 음악에 감동했고, 거실에 있던 사람들 중 자기만큼 그녀의 연주를 제대로 감상하고 진가를 보답해 줄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자 씨!” 하숙인 중 한 남자가 소리쳤고, 바이올린 소리도 멎었다.
그들은 바이올린 연주보다 그레고르 쪽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 사건에 대해 그들은 그간의 하숙비를 돌려줄 것은 물론이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엔 여동생의 선언이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순 없어요.(…)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아내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어요. 우리를 조금이라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저 아이 말이 백 번 옳아.” 아버지의 말이다.
그레고르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가 방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문이 화닥닥 닫히더니 빗장이 철컥 잠겼다. 문이 폐쇄된 것이다.
“됐어요!”여동생의 말이다.
'그럼 이젠 어쩐다.'
완벽하게 닫힌 방. 그레고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들에 대한 감동과 사랑의 마음을 돌이켜 생각하며 '사라져야'한다는 생각이 여동생보다 단호하다고 말한다.
“그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아래로 푹 떨어지고,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힘없이 흘러나왔다.”
그레고르의 닫힌 방이었다.
인간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돈벌이를 할 수 없게 된 그레고르의 쓸모. 그의 쓸모는 참으로 하찮았다.
그는 벌레가 되고 난 후, 가구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고, 그가 좋아하는 그림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존재, 의사표현을 하는 수단으로 얼룩처럼 그림 옆에 붙어 있는 것이 유일했다. 등에 박힌 사과는 치명적이었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빼낼 수 없다. 육체적 고통이야 그렇다 치고, 음악에 감동하는 것이 크나큰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존재는 이제 무의미하다.
그가 가족을 아무리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한다 해도 그들은 바라지 않았다. 그와 함께 하는 삶을. 그래서 그들에게는 그레고르가 '사라지는 일이 백 번 옳은 일‘이 되는 거다. 닫힌 방을 만드는 것은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고,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서로의 '쓸모'를 잃는 것이다. 수학이 그토록 쓸모가 있고, 심리학, 역사, 엉뚱한 질문, 고통까지도 쓸모가 있다는데 '그레고르의 쓸모‘는 사라져야 마땅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