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이상, 문학과지성사, 2005
근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작가 이상의 소설 <날개>에는 두 개의 방이 나온다.
두 개의 방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나’가 살고 있는 곳은 33번지 유곽이다.
아내의 방과 나의 방은 장지문으로 나눈 공간이다.
아내의 방은 햇빛이 드는 큰 방이고 '나'의 방은 작은 골방이다.
즉 '나'의 방은 아내의 방에 예속되어 있고, '나' 또한 아내에 예속되어 있다.
아내의 방엔 화장품과 거울이 있고, 옷장에 화려한 옷들로 가득하다.
반면에 '나'는 옷이라곤 단 한 벌, 코르덴 양복이 전부다.
일상복이며 잠옷이고 외출복이기도 하다.
'나'는 아내가 외출하면 아내의 방으로 가서 화장품을 만지고 거울과 돋보기로 놀이를 한다.
아내는 '나'에게 돈을 주고 '나'는 다시 아내에게 그 돈을 준다.
'나'는 돈을 모르고, 아내는 돈을 번다.
그래서 아내의 돈벌이가 이루어지는 방을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
아내는 '나'에게 외출을 권했고 몇 번의 외출이 이 소설의 주요 사건이다.
아내는 자신이 일하는 동안 '나'가 외출하기를 바랐고, '나'는 긴 외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비를 맞고 돌아와 감기에 걸린 '나'에게 아내는 아스피린이라며 아달린을 준다.
아달린은 수면제다. 아달린을 먹고 '나'는 잠을 잔다. 밤이나 낮이나 잔다.
어느 날은 아내가 외출했을 때 아내의 방으로 놀러 간다.
아달린을 발견한다.
'나'는 집을 나간다. 갈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방엔 손님이 있었다.
문제는 '나'의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내의 방을 거쳐야만 한다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나의 방에 가기 위해 아내의 방문을 열었다.
사달이 났다.
아내에게 두들겨 맞고, 꼬집히고 하지도 않은 일로 질책을 받는다.
'나'는 괴로운 나머지 밖으로 나왔다.
미스코시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가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라고 외친다.
미스코시 백화점은 근대의 상징이다.
일제에 의해 근대문명은 들어왔으나 무기력한 조선의 젊은 지식인 '나'는 근대를 맞이할 날개가 없다.
'나'에겐 방이 없다.
그래서 방은 단순히 벽으로 막은 한 칸의 공간이라고만 표현할 수는 없다.
그 공간의 주인인 ‘개인’이 자신과 내적 관계를 맺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이유다.
아내의 방에 예속되어 있던 '나'가 탈출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의 탈출은 아내로부터의 탈출이고 무기력에서의 탈출이고, '나'의 본질을 찾기 위한 탈출이다.
나를 가두고 있는 방이 있다면, 지금 바로 탈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