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거-슬픔의 다락방

<무무> 이반 투르게네프, 민음사, 2003

by 아침놀


이반 투르케네프의 소설 <무무>는 슬픈 소설이다.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힘센 장사 게라심과 강아지 무무의 이야기다.

게라심은 성실하고 훌륭한 농부다. 시골에서 계속 살았다면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건 여주인이다.

그를 모스크바로 데려와 빗자루와 삽을 쥐어 주며 자신의 집 문지기로 삼는다.


시골 생활보다는 따분했지만 게라심은 문지기 일도 성실하게 해낸다. 같은 농노 타티아나에게 사랑을 느꼈고, 어쩌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안 여주인은 타티아나를 다른 농노에게 시집보내 버린다. 농노가 사랑의 감정 따위를 느끼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소중하게 여기던 타티아나를 잃은 게라심이 슬픔과 당혹감에 젖어 있을 때, 우연히 강가 진흙 펄에 빠져 버둥거리는 젖도 떼지 못한 강아지를 만난다. 강아지를 구해내 품속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 게라심.

이렇게 게라심과 무무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게라심은 강아지를 정성껏 돌본다. 짚으로 강아지 침대를 만들어주고, 우유를 먹여주고, 밤 새 덮어 주고 젖은 몸을 쓰다듬어 말려주면서 강아지를 돌봤다. 8개월이 지나자 아주 멋진 스패니얼 종 개로 변했다. 어디든 따라다녔고, 말을 못 하는 게라심이 지어준 이름은 '무무'였다. 개는 그 소리에 반응했다. 무무는 영리하고 누구에게나 살갑게 굴었지만 정말로 따르는 사람은 오직 게라심뿐이었다.


"개는 아침마다 옷을 잡아당겨 게라심을 깨우곤 했다. 마당에서는 늙은 말의 고삐를 입으로 물고 자기 주인에게로 데려왔다. 게라심이 매일 말을 끌고 강에 물을 길러 갈 때도 함께 쫓아다녔다. 개는 주인의 빗자루와 삽을 지켰고, 아무도 그의 다락방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게라심은 개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개는 방안에 들어오면 그대로 침대에 뛰어올라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잠을 잤다. 개에게는 다락방이 더할 수 없이 편안한 공간이었다. “


달콤한 동거다.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며 행복했으니 게라심과 무무에게 다락방은 더할 나위 없는 안락함과 행복을 주는 방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무가 여주인의 눈에 띄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여주인은 자신을 따르지 않는 무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여주인은 게라심의 주인이고, 주인을 거부한 노예의 개를 집에 둘 수는 없었다.

하인장은 불편한 여주인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게라심 몰래 무무를 팔았다.

그러나 무무는 게라심에게 다시 돌아온다. 목줄을 묶은 채로.

이때부터 게라심과 무무의 ’더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게라심은 무무를 다락방에 감춰두고 키울 생각이었다. 무무가 나가지 못하게 구멍을 막고 밤에만 산책을 시켰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하인들은 무무가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고, 산책길에 무무가 짖는 바람에 여주인도 알게 된다. 여주인은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무무는 죽어야 했다.

하인들은 게라심의 다락방으로 몰려온다. 게라심이 문을 열지 않자 문에 구멍을 내고 외투로 막아 놓은 것을 헤집어 문을 연다. 무무와 게라심의 보금자리, 다락방은 무참히 짓밟히는 순간이다.

게라심은 무무가 여주인의 손에 죽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농노의 신분으로 무무를 지켜줄 수도 없었다. 마침내 게라심은 직접 무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무무를 위한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했다.

게라심은 무무를 위해 마지막 만찬을 준비한다. 무무가 좋아했던 고기가 가득 담긴 양배추 국이다.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게라심은 무무를 배에 태우고 노를 저어 강 중심부로 간다.

벽돌을 노끈에 묶는다. 올가미를 만들어서 무무의 목에 건다. 무무를 물 위로 들어 올려 마지막으로 무무를 바라본다.


“무무는 무서워하지 않고 신뢰의 눈빛으로 게라심을 바라보며 작은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게라심은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개를 놓았다. 게라심에게는 무무가 떨어지면서 날카롭게 짖는 소리도, 둔탁하게 텀벙하는 물소리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배에 와 부딪히는 작은 물결뿐이었다.”


불쌍한 무무를 물에 빠트려 죽인 후 게라심은 곧바로 모스크바를 떠난다.

사자처럼 강하고 단호하게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걸었다.

다시 시골로 돌아간 게라심은 건강하게 네 사람 몫의 일을 해내며 진지하고 착실하게 산다.

그가 달라진 건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후 절대로 여자와 어울리지도 않았고 개도 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라심과 무무의 짧은 행복을 지켜주던 ’슬픔의 다락방‘이었다.

게라심, 슬픔의 다락방은 탈출해야 마땅하다. 무무는 잃었지만 자신은 지켰으니.